2024-04-19 19:53 (금)
오영호 의령군수를 응원하며
오영호 의령군수를 응원하며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5.16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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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3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경남 최소 인구를 기록 중인 의령군이 시끌시끌하다.

 10명으로 구성된 의령군 의회는 군세와 비교하면 의원 수가 많다. 절반이 의장단이고 평의원도 5명이다. 여기다 새누리당과 무소속이 5명씩 팽팽히 갈렸고, 군수도 무소속이다.

 이런 의령군에서 행정부와 의회가 추경 예산안 심사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의령군수와 군의원들의 갈등은 단순한 대립을 넘고 있어 전국적인 관심사다. 지방정치에 획을 그을 수 있는 사건이 진행 중인 의령군으로 가봤다.

 의령군수와 군의원들이 표면적으로는 추경과 조례를 두고 갈등을 빚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영호 의령군수는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일부 군의원이 인사 청탁이나 읍ㆍ면 포괄 사업비 등 이권 개입을 비롯해 의회 개회나 회기가 아닌 평일에도 지나치게 공무원을 불러 업무에 차질을 빚게 한다”며 “잘못된 관행이나 관습을 모두 뿌리 뽑겠다”고 날을 세웠다.

 의령군 일부 군의원들의 ‘이권개입 의혹’은 제1대 의회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집행부와 공무원들의 눈치 보기는 관행으로 치부됐으나 군수가 노골적으로 ‘이권 개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군수의 작심한 발언은 “그동안 많이 당하고 시달렸는데 이제부터는 천만에, 말씀”으로 해석된다. 도내 지자체 일부 시ㆍ군 의원의 집행부를 향한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내 모 군의원이 면장의 뺨을 때린 사건도 있었고, 일부 시ㆍ군 의원들의 성추행 논란도 도민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예산권과 감사권을 무기로 지역구 읍면동에 일 잘하는 공무원을 발령내달라는 압력은 천사표다. 친분있는 공무원의 진급과 요직 배치를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사례는 열거할 지면이 부족하다. 지인의 이익을 위한 압력 등의 이권 개입도 사흘이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일부 지방의원이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의 수의계약을 종용한 일도 있었고,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에 포괄사업비를 몰아주다시피 한 여성 시의원도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수의계약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한 시의원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이들의 전횡은 시ㆍ군의회 무용론의 근거가 되는 등 선거구민과 지역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다수 의원에게는 심각한 피해로 남는다.

 일 잘하는 시ㆍ군의원과 인사 청탁, 이권 개입 등을 일삼는 시ㆍ군의원이 공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집행부 수장인 군수가 예산 심의권과 조례 심사ㆍ의결권을 쥔 의회를 향해 전쟁을 선포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쉽지 않은 용단을 내린 오 군수가 정치적인 감각이 없어 의회 존재를 과소평가해 악수를 뒀다는 시각도 나올법하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성년을 넘긴 시점까지 아직 묵은 갑질을 이어가는 의회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오죽하면 군수가 군의원들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겠는가?”라는 응원이 더 공감이 가는 이유는 그간 지방의원들의 족적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오 군수가 의회를 향해 날을 세우자 일부 의령군민이 “해당 군의원은 검찰이 기획 수사를 해서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영호 군수는 2년 전 새누리당 공천도 뿌리치고 무소속을 고집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재선은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정치권과는 단절을 선언했다.

 이런 오 군수가 의회와 벌일 전면전은 흥미롭다. 결과에 따라 오 군수를 따르고 싶다는 시장ㆍ군수들이 전국적으로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영호 의령군수가 지방정치에 큰 발자취를 남길지 아니면 힘의 논리로 대적할 군의원들에게 결국 항복할지 결과가 궁금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염원하는 많은 이들이 오 군수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오영호 군수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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