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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사의 처신
경남지사의 처신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5.15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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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2012년 12월 21일, “어제부터 경남지사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좋은 도지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취임 후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홍 지사 취임 이전, 김혁규, 김태호 등 3명의 지사가 재직한 지난 10년의 경남도정 운영은 급변의 연속이었지만 공과(功過)에 앞서 재임 중 도정운영에 대한 고백이 없었다. 하지만 홍 지사는 경남미래 50년 사업 중 하나인 글로벌테마파크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도민을 농락하고도 시간 끌기를 통해 어물쩍 넘어가려 한 단체장들과는 달리, 비난을 자초하며 내린 흔치 않은 결정이다. 앞서,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도는 경기장 유치홍보에 나서는 등 마산운동장에는 경남도민들이 모여 결기를 내보였다. FIFA와 협의문제 등 경기스케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에도 정치권의 부침에 따라 도민은 농락당했다.

 경남도가 주최한 세계합창대회 ‘월드콰이어챔피언십 코리아2009’도 마찬가지다. 참가단원들의 신종플루 집단발병의 여파로 11일의 대회가 5일간의 일정 후 전면취소 된 것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사례다. 대회명칭을 빌리는데 예산만 낭비한 짝퉁에다 짜깁기 대회란 사실을 경남도청직원들은 알면서도 입을 닫았다. 또 산동공단 조성, 캄보디아 어장 개발도 예산만 쏟아부었다. 1천600억 원의 사업비 투입을 계획한 이순신프로젝트는 임진왜란 때 거북선처럼 남해안 어디에 침몰했는지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1%의 가능성에 도전한다며 설레발 친 자체가 쇼일 뿐 행정이 아니었다. 실현 가능성도 없어도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립 서비스’로 도민을 농락한 이 같은 사례는 지난 10년의 도정운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당시, 도지사들은 도민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경제전도사를, 또는 남해안시대를 자처하는 등 소통이 거들 날 정도로 친숙함이 도드라진 듯 했다. 하지만 드러난 결과는 치적이라 내세운 대형 프로젝트가 재임 중 도민을 현혹시킨 속 빈 강정임이 드러났다.

 홍 지사는 집권 여당의 무덤이란 서울 강북에서의 4선 의원, 원내대표, 당 대표 등 화려한 정치적 삶을 접고 고향을 찾았다. 검사 때는 권력에 도전, 적폐를 도려냈고 조직폭력배 소탕을 재구성한 드라마 모래시계를 탄생시킨 본인이다. 때문에 국민검사, 모래시계 검사란 별칭이 뒤따랐다. 그는 중앙정치를 접고 재선의 지사직을 수행 중이지만 보궐선거를 감안하면 사실상 5년 6개월짜리 초선 도지사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당당한 경남시대의 문을 연 그는, 거리낌이 없었다. 600년 전 정도전이 추구하려 한 균등한 사회를 위한 개혁마냥, 도정운영의 적폐척결에 나섰다. 비리를 엄단하고 잣대에 따라 이해를 달리하지만 인사에도 공정성을 기하려 했다. 혈세낭비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전 도지사들이 폭탄 돌리듯 한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데 이어 경남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빚 없는 도정시대를 도래케 했다. 2013년 1월 당시, 1조 3천488억 원에 달한 채무를 갚고 전국에서 유일한 채무제로인 경남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서부청사 개청, 국가공단 조성, 청렴도 향상, 미래 먹거리산업 육성 등 정도전이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낙생(樂生)에 있다고 한 것과 같이 도민을 위한 도정을 폈다.

 즉, 백성(도민)이 골고루 행복하게 잘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정상화해 북돋워 주는 게 정치란 것을 실현하려는 듯 했다. 하지만 늘 불통과 독선, 독단의 그늘은 지울 수 없었다. 색깔이 뚜렷하고 추진력이 강한 만큼 논란도 많이 야기 시킨 탓이다. 교육청 감사거부가 발단이 된 무상급식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서민지원 대책에는 발 벗고 나섰다.

 그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논란도 피하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공적만남을 제외하고는 낯을 가릴 정도로 거리를 두어 불통이미지가 덧씌워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해글로벌테마파크 사업의 ‘무산’을 두고 경남도, 또는 균형발전을 무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잘못 등 논란에도 솔직 담백함으로 어물쩍 넘기려 하지 않았다. 행정력 낭비란 지적에도 포기했다.

 또 진보세력에 의한 주민소환에도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기회를 주는 것이 복지정책의 기본으로 우리 사회의 거대담론인 복지논쟁을 ‘학생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얄팍한 감성을 자극한 비난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복지의 실효성은 필요한 서민에게 집중하는 선별복지가 빈부갈등을 해소하고 ‘개천에서도 용이 나는 사회’란 것에서다.

 한비자는 ‘나라가 망할 징조’에 대해 “군주가 마음이 유약해서 결단력이 부족하고, 좋은지 싫은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어디에 설 것인지를 정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말했다. 이를 직시한 듯, 어물쩍 넘긴 단체장과는 달리 그는 결단했다. 하방(遐方) 4년째, 바람이 매서워도 꽃은 핀다. 주민소환 등 험로가 넘실대지만 페이스북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여유를 갖고 많이 듣고, 많이 참고, 많이 생각’하는 도정운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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