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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 내는 학생은 억울해
수업료 내는 학생은 억울해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6.05.13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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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교육행정 부장
 전교생 40명인 하동 옥종고등학교는 단 2명만 수업료를 낸다. 나머지 학생들은 농ㆍ어업인 자녀 지원과 군 지역 학생 수업료 지원으로 면제받는다. 수업료 납부자 2명은 공무원 자녀다. 경남 등 전국적 고교생 30∼40% 정도만 수업료를 내는 것으로 추정한다. 60% 이상이 저소득층 감면, 농어업인 자녀 감면, 특성화고 장학금, 기업체 학비 지원 등으로 수업료를 면제받는다. 수업료를 내는 학생만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 고교생(192만 명) 가운데 60.7%(117만 명)가 특성화고 장학금(20만 명), 저소득층 감면(39만 명), 기업체 학비 지원(27만 명) 등 총 1조 6천76억 원의 교육비를 지원받고 있다. 따라서 실제 수업료를 부담하는 고교생은 30∼40% 정도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고교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 4가지를 지원해 초ㆍ중학교와 마찬가지로 고교 과정도 무상으로 다니게 하는 내용이다. 2014년부터 수혜 대상을 늘려 2017년에 전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아 시행시기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고교 무상교육이 지체되는 사이 수업료 미납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2∼2014년 3년간 전국 고교 수업료 미납액(미납자 수)은 167억 원(2만 3천805명)에 이른다. 광역 대도시 미납액은 정체된 반면 경기, 강원, 전남, 경남 등의 농어촌지역에서는 미납액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고교 수업료 미납액은 2011년 10억 9천572만 원(0.30%)에서 2012년 12억 506만 원(0.34%), 2013년 15억 6천739만 원(0.44%), 2014년 15억 8천964만 원(0.47%)으로 늘어나 미납률이 지난해 0.5%대에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회계상 33억 4천440만 원을 징수하지 못했으나 올해 1∼2월 추가 징수된 16억 9천만 원을 제외하면 실제 미징수액은 16억 5천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수업료 미납률은 도내 학교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 간(2011~2015년) 도내 고교 수업료 미납액은 3억1천여만 원으로 5년 새 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45%가 증가했다. 거제 A고교의 경우 최근 2년 간 미납학생 비율은 0.85%로 늘었다. 김해 B고교의 경우 같은 기간 2.53%로 증가했다. 이 같은 수업료 미납 현상은 도내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증가하고 있다. 도내 학부모의 살림살이 어려움이 짐작이 된다.

 학생들이 수업료를 미납해도 강제징수 수단 없어 속수무책이다. 고교 수업료를 미납해도 현실적으로 제재할 장치가 없다. 민법 제164조에 따라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채권은 1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수업료 채권은 학생의 교육에 대해 학교(교사)가 받는 대가이다. 납세의무자는 학생이나 민법상 미성년자이므로 보호자의 부양의무(민법 974조)와 법적 대리인 지위를 고려해 부모가 수업료 납부 의무를 진다. 그러나 수업료를 내지 않았다고 실제로 졸업이 유예되거나 강제로 집행한 사례는 없다.

 교육부는 10년 전인 2006년 ‘국립 유치원ㆍ고등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면서 2개월 이상 수업료 체납 학생에 대해 출석을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폐지했다. 수업료 체납 징벌 조항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해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미납자와 미납액이 늘어나도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무작정 독촉할 수도 없게 된 셈이다.

 대부분 고교생들이 수업료를 면제받는 상황에서 공무원 자녀 등 일부 학생만 수업료를 납부하는 것은 불공평해 보인다. 또 초ㆍ중학교는 의무교육으로 전면 면제를 받는데 고등학생만 수업료를 납부하는 교육 현실도 속히 개선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 정책이 하루 속히 시행돼 공무원 자녀와 일부 학생만 수업료를 내는 현실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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