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는 ‘조선’보다 ‘관광’
거제는 ‘조선’보다 ‘관광’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5.1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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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거제가 시끌시끌하다. 검찰이 대우조선 남상태ㆍ고재호 전 사장을 출국 금지하면서 분식회계 의혹 등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수사에 착수했다. 수주절벽에 부딪힌 거제의 대형조선소들이 사상 최대폭의 감원을 예고하고 있고, 빈점포가 속출하는 등 경기시계는 계절과 반대로 가고 있다.

 필자의 본적지는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1구 해금강으로 유년 시절을 태평양과 맞닿은 천혜의 비경에서 보냈다. 입학한 뒤 5학년까지 다닌 해금강 초등학교는 수년 전 박물관으로 변해있다. 이런 애틋함으로 가슴속에 자리한 고향이라 거제에 대한 반가운 뉴스는 필자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지만 경제가 어렵다는 뉴스와 좋지 않은 소식에는 갑갑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거제는 조선과 수산, 관광의 3대 축이 균형을 이루면서 성장을 거듭해온 도시다. 그런데 최근 10수년 전부터 조선업으로 많이 기울었다.

 거제에 조선소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제주도 보다 더.

 유년 시절 해금강은 찻길이 없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976년. 그해 8월 15일 학생으로 맞은 첫 여름방학 때 60촉짜리 백열등의 눈부심을 경험했다. 때를 같이해 비포장 차도가 뚫려 버스가 마을로 들어왔다. 시나브로 관광객들이 해금강을 찾기 시작했다.

 이 무렵 해금강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명승지 2호로 지정되면서 전국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대학 시절 외도보타니아가 새로운 관광코스로 주목 받으면서 유람선들이 들불처럼 늘어났다. 필자의 큰아버지와 아버지도 이 무렵 어업에서 유람선과 관광사업으로 가업의 방향을 틀었다. 사촌은 학동 몽돌해수욕장에서 ‘퀸크루즈’란 호텔을 1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6촌 동생들과 삼촌 몇 분께서는 거제 곳곳의 유람선 지분을 보유하고 계신다.

 수산의 보고 거제는 어린 시절 멸치가 파도에 밀려와 자갈밭에 가서 줍기만 해도 온 가족이 먹고 남을 만큼 가득했고, 감성돔은 물때만 잘 맞추면 50cm 이상 크기를 수십 마리씩 잡았다.

 이렇게 잡은 큰 씨알의 감성돔을 성포항으로 옮긴 뒤 동일호를 타고 마산 어시장까지 팔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근 업무차, 가족여행, 선산 방문 등으로 거제를 찾을 기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필자의 아련한 기억들과 함께 고향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지난 연휴에 세 딸과 처를 데리고 여차만 일대를 돌아보는 호사를 누렸다. 아이들과 처는 “거제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냐?”고 탄식을 연발한다.

 명사십리 해수욕장과 망치해변의 풍광은 이국적이면서도 낭만적이다. 저녁에 와현해수욕장의 모래사장 불꽃놀이와 특급호텔 리베라의 스파는 가족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다음날 외도와 내도 연안에 뿌려 내린 낚싯대가 건져 올린 노래미와 볼락은 돌아오는 길에 찾은 횟집 주방장의 손을 거쳐 훌륭한 횟감으로 식탁을 채운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산자원으로 가득한 거제가 언제부턴가 조선업에만 묻힌 것은 어쩌면 불행이다. 하지만 조선업 위기가 거제로서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여차만 일주도로가 부분부분 비포장으로 남은 것은 거제시가 관광자원 개발에 인색함을 의미한다. 또 관광지 곳곳을 설명하는 안내판도 미비하다. 거제 전역에 흩어진 관광지를 아름다운 사연으로 만들 스토리 텔링도 아쉽다. 하늘이 내린 비경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노력을 더 서둘러야 한다.

 침체의 늪에 빠진 수산업 부흥을 위한 지원도 늘려야 된다. 미식가들은 거제에서 잡힌 횟감은 ‘전국 최고의 맛’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거제의 해저 절경이 만든 특별한 조류가 선사하는 ‘신의 맛’이라 여겨진다. 거제 수산자원의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어떨까?

 거제 경제가 조선업이 흔들릴 때마다 멀미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숙의가 필요한 때다. 거제시민과 출향 향우들의 지혜와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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