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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려야 참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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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학봉ㆍ김용구 기자
  • 승인 2016.05.12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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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 연등으로 중생 마음 치유
▲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은 지난 2013년 불두화 5천여 그루를 사찰 곳곳에 심으며 불두화의 브랜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12일 무원 스님이 부처를 상징하는 불두화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불두화 5천 그루 눈길 부처님 오신 날 등불 卍자 모양 등 4만개 장관

 부처님오신날을 이틀 앞둔 12일 오후 9시 부산광역시 진구 초읍동에 위치한 천태종 삼광사에는 4만여 개의 연등불꽃이 가로세로 줄지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형형색색의 영가ㆍ비단등이 사찰 입구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따라 아름다게 수 놓는가 하며 법당 앞에는 수천개의 연등이 만(卍)자 모양을 형성하며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부처님께서는 밝고 깨끗한 법, 등불로서 중생들을 모두 이롭게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날 절 규모와는 상반되는 조촐한 집무실에서 만난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은 등불이 담고 있는 불교적 의미가 “부처님의 지혜로 어두운 앞길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색천연등물결로 넘실대는 이 불빛들은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기 위한 4만 신도들의 간절한 마음과 정성도 담겨 있어 더욱 뜻깊다.

 천태종에서만 밝히는 33인등은 무궁무진한 발전과 끝없이 성취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봉황등,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비단등 등 저마다의 소원이 적혀 있는 각 종 유등이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으며 관광객들의 이목을 끈다.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는 연등행사는 매년 1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제 지역 대표 축제를 넘어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2년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에 뽑히기도 한 이 행사는 시민들에게 안식을 주는 ‘힐링 사찰’을 만들겠다는 무원 스님의 종교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원 스님은 방문객들이 사찰을 찾아 각종 의미가 담긴 수만 개의 연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며 연등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불두화(佛頭花)는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진리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꽃이죠”

▲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천태종 삼광사에는 연등축제가 한창이다. 4만여 개의 연등은 저녁 7시부터 다음날 1시까지 점등된다. 사진은 최근 연등축제가 열리고 있는 삼광사 전경.

 삼광사에는 다른 사찰에는 찾기 힘든 또 하나의 힐링 공간이 있다. 절 곳곳에 피어있는 불두화 군락이 그것이다.

 ‘부처님의 꽃’이라 불리는 불두화는 연꽃, 보리수와 함께 불교와 인연이 있는 꽃나무지만 수국과 구분이 어려우며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다.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듯 매년 부처님 오신날을 전후해서 새하얀 꽃송이를 뭉게뭉게 피운다. 동행길, 108계단 옆, 힐링숲길 등 삼광사 경내에 여기저기 피어있는 불두화를 만날 수 있다.

 지난 2013년 2월 무원 스님이 삼광사 주지를 맡고 제일 먼저 한 일이 바로 불두화 5천여 그루를 사찰에 심은 것이다.

 그는 전국 사찰 중 최초로 이 꽃을 브랜드화시켜 연등행사와는 또 다른 ‘힐링’을 선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삼광사는 연등축제와 함께 오는 15일까지 불두화 축제도 개최 중이다. 13일과 14일에는 힐링치유문화한마당을 통해 힐링다도, 명상, 운동처방체험 등 직접 체험가능한 행사가 마련된다.

힐링치유토크콘서트, 힐링치유문화공연도 펼쳐진다.

 “다문화인들이 방문해 고향의 종교를 느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무원 스님은 삼광사가 ‘힐링 사찰’을 넘어 ‘다문화 사찰’이 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최근 실정을 먼저 종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광사는 지난 3월 삼광사 인근 주택을 리모델링해 베트남인들이 복지와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노이 다문화빌리지를 오픈했다.

 무원 스님은 “다문화인들이 절에 와서 참배하고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인 만큼, 편안하게 와서 서로 만나서 고향에 대한 외로움을 달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삼광사는 하노이 빌리지를 시작으로 나라별로 주요 도시 이름의 쉼터를 점차 늘릴 예정이다. 그가 다문화 가정 사업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종교가 각 계층 간 조화와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끊어진 남북의 길을 종교의 힘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무원 스님은 ‘개성 영통사 복원사업’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1997년부터 시작한 복원사업은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해 지난 2007년 완공했다.

 무원 스님은 붓 한 자루부터 기왓장까지 영통사 건설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우리나라에서 싣고 가 북의 인력들과 함께 영통사를 복원했다. 이후 5천명 정도의 남측 신도가 영통사를 다녀왔다. 무원 스님은 “당시 북의 실상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쌓으려고 자신과 비교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됐다”는 깨달음을 전했다.

 무원 스님은 남과 북이 서로 돕는 길을 찾으려면 자주 오가며 길을 넓혀 서로 확인하고 보듬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무원 스님은 남북의 화합, 다문화 가정과의 흡수 등 갈등이 아닌 조화를 강조하며 종교인으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원 스님의 종교 철학이 담긴 삼광사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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