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8:50 (목)
어버이날에 받은 선물
어버이날에 받은 선물
  • 이광수
  • 승인 2016.05.09 2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광수 소설가
 해마다 5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버이날.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식 둔 것을 자기 인생의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하는 날이다. 물론 무자식 상팔자론을 신봉하거나 사주에 자식 복을 타고나지 못해 무자식인 부모도 있다. 어쨌든 잘난 자식이거나 못난 자식이거나 내 자식이기에 귀하고 소중하다. 흔히 유학깨나 하신 분들은 삼강오륜이 무너지고 후레자식이 판치는 말세라고 한탄한다. 유산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망나니 길들인다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패륜이 난무하는 흉한 세태이기 때문이다. 무자식 상팔자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분들도 늘그막이 돼 오월 이맘때가 되면 피붙이 없는 허전함에 밤잠을 설친다. 나 역시 아들 셋을 둔 부모로서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사는 자식들이 걱정돼 마음 졸인다. 부모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회한으로 마음 한구석에 드리워진 그늘 때문에 늘 괴로워한다. 제 어미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죄가 자식들의 가슴 속에 트라우마로 남지 않았나 싶어 마음 편할 날이 없다. 흐르는 세월 따라 나나 자식들이나 기억 속에 희미하게 지워져 가기만 바랄 뿐이다. 그러나 다행히 세 아들은 각자 알아서 제 갈 길을 똑바로 가고 있어 조상님과 먼저 간 아내의 음덕에 감사할 뿐이다.

 그 자식이 다시 자식을 낳아 손자가 주렁주렁 곁가지로 달리고 날로 몰라보게 쑥쑥 커가는 모습에 큰 위안을 삼는다. 길다고 하면 긴 인생길을 따라가다 보면 똑바로 난 평탄한 길도 있고 굽고 가파르고 험한 고지도 있다. 생의 고비마다 잘한 결정도 있고 잘 못한 결정도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잘한 결정보다 잘 못한 결정이 많았다. 꼭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공식을 대입해 판단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느끼는 만년의 삶이 그다지 평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7080세대가 공히 느끼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쉬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핑계로 들릴지 모르지만 자신보다 형제나 자식들의 삶에 무게 중심을 두고 살아왔기에 나를 위한 노후준비가 부족했다. 이제 와서 그걸 알아주라고 목청껏 외쳐본들 아내나 자식이 알아주겠는가. 천덕꾸러기로 구박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며칠 전 둘째가 자신이 목표한 꿈을 뒤늦게나마 이뤘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뤄줬기에 ‘합격’이라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제 어미 무덤가에 축하 꽃다발을 바치며 절하는 자식을 보니 꿈같이 지난 세월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갔다. 오월 어버이날을 맞아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에게 준 값진 선물이 눈물겹도록 고맙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