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17 (토)
박정희 대통령이 생각나는 이유
박정희 대통령이 생각나는 이유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5.08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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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우리나라에서 공부 잘한다는 학생들은 법대와 의대에 죄다 몰려있다시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법학전문대학원이 생기고 나서 사정은 달라졌지만 법조인과 의료인이 잘 먹고 잘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의사의 경우 보통 월급 2천만 원이 넘고 환자가 많은 의사의 경우는 5천만 원을 넘는다. 판사나 검사는 월급은 적지만 사회의 부러움을 받는 직업이고 변호사가 되면 전관예우로 2~3년 만에 수십 억 원을 번다. 정계진출이 상대적으로 매우 용이한 것은 무시 못할 프리미엄이다.

 권력과 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권력과 부를 쫓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 전체에 과연 바람직한가는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판사와 검사, 의사가 고도의 정신노동을 하는 직업임은 맞지만 그토록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맡아야 하는 직업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공론화돼 있다. 보통의 두뇌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사실 이런 직업은 두뇌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맡는 게 더 맞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독점한 법조계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지 보면 자명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팽배하는 우리 사회다. 법조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법조 정의가 있는지 의문을 품은 지 오래다. 의료계에서도 인술이 사라졌다는 개탄이 나온 지 까마득히 오래됐다. 물론 그렇지 않은 훌륭한 의사들도 많지만 그렇고 그런 의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알파고 이후 변호사와 의사는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에 사라질 직업 1순위로 꼽힌다. 그런데도 공부 잘하는 청소년들은 여전히 판검사와 의사를 꿈꾸고 있다. 미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런 직업선호 패턴에 변화가 오지 않거나 속도가 느리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나머지 99%를 먹여 살릴 창의적인 1%의 인재를 키우는데 사회가 합심해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가뜩이나 기초기술은 외면하고 단기 성과위주의 응용기술에만 매달려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는 우리나라다.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법조인ㆍ의료인=성공보장이라는 등식을 깨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법조인과 의사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우대되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필요하다면 존경과 부를 누리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법조인과 의사가 더 이상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없도록 여러가지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법조인과 의료인 배출인원을 늘리는 것은 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을 만드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법조계와 의료계의 저항을 눌러야 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직업관에 변화를 가져와야만 한다.

 이런 일은 표를 먹고사는 정치권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지난한 일을 떠맡을 수 있는 곳은 정부와 기업 뿐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창의적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업입국ㆍ과학기술입국을 기치로 이공계와 과학분야 육성에 매진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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