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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못된 놈은 ‘유배지’로 보낸다지만…
도, 못된 놈은 ‘유배지’로 보낸다지만…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5.08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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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도정연구관은 현대판 유배지다. 강진 땅이 ‘남도답사 일 번지’인 까닭은 다산(茶山) 정약용이 18년간 유배한 이곳에서 학문이 결실을 맺게 됐고, 그 유명한 ‘목민심서’ 등 숱한 저서가 집필된 때문이지만 다산초당에는 한(恨)이 서리서리 녹아 있다. 하지만 도정연구관은 고도절해인 유배지와는 다른 사무실 한편에서 역경이 경쟁력인 듯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곧장 가는 것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일념(一念)으로 화를 삭인다. 그 반대편에는 지방공무원의 꽃이라지만, 함양 미달인 부단체장이 다수란 논란에서다. 때문에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와 구운몽, 정철의 사민인곡, 정약전의 자산어보, 돌ㆍ노을ㆍ구름을 보며 그림의 새로운 경지를 일군 조희룡, 동국진체란 새로운 서체를 만든 이광사 등 유배지문학과 예술의 탄생을 기대하기는커녕, 경남발전을 위한 밑그림도 기대할 수 없다.

 홍준표 지사 취임 후, 도정연구관은 공직자로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했거나 인사 적체 해소 등을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일정기간 동안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지만 흔히 대기발령 또는 유배지로 불린다. 때문에 누가 도정연구관이란 올무를 벗어날지, 걸릴지에 관심이 많다.

 경남도 공무원 A씨(2급), 경남도정연구관으로 발령 날 것이란 소문이 자자하다(藉藉-). 또 현직 부단체장인 B, C와 본청 D간부 등도 마찬가지다. 공직자의 품위는커녕, 업무능력도 별 볼일 없지만 권모술수가 뛰어난 탓에 부단체장이라고 되레 거들먹거린다. 특히, 이런 부류는 본연의 임무인 도와 시군간의 가교역할은 물론 해당 단체장을 보좌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경남도 직원들은 이런 자(者)가 도정연구관으로는 딱 이라며 총(눈총)을 쏜다. 하지만 용하게 살아남을 경우, 지난 갈 짓자 행적이 꼬리를 물고 인사권자(도지사)를 향해 총질도 한다. 이는 제도의 옳고 그름에 앞서 공과(功過)를 엄격하게 구분, 실행돼야 한다는 것에서다.

 따라서 유배지로 가야 할 간부로 일신의 편함만 누리면서 거들먹거리는 자(者), 업무역량이 바닥인데도 부인 덕이란 꼬리표를 단 자(者),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인 양 쓴 자(者), 부하직원을 찍어 누르면서도 잘난 체하는 자(者) 등이 누군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또 고향 덕에 출세했다거나 인륜을 저버린 행동으로 지탄받는 자(者), 품성이 함량 미달인 자(者), 엉터리 보고(報告)에도 ‘일 잘한다’는 잣대로 중용된 자(者) 등이 대상이다. 때문에 복도통신은 인사운영의 불합리성과 함께 그들의 구태, 처신 등 지난 행적을 꿰뚫고 전한다.

 실제, 자치단체장이 해외출장에 동반한 부인의 항공료를 잇달아 시 예산에서 지원받았다가 반납한 사건은 공무국외여행심의위원회 위원장(부단체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이다. 두 번의 동행에도 묵인, 행정신뢰를 추락시켰다는 지적이다. 또 업무능력이 문제가 돼 도정연구관으로 발령 난 후, 뚜렷한 공적이 없는데도 또다시 부단체장으로 발령이 난 것에 대해서는 시끄럽다. 시군 공무원인 부인의 구명활동 때문이라는 등이다.

 또 모 부단체장은 공로연수 대상이지만 경남도 사상 최초로 공로연수를 않고도 부단체장이 됐다. 도청근무 때, 직원들로부터 평판이 좋지 않았지만 보란 듯이 발령 난 배경을 두고 온갖 소문이 무성하다. 또 다른 부단체장의 경우, 시군 요원으로 도 외곽부서에서 부단체장으로 발령받은 특이한 케이스다. 이런 경우 도와 시군간의 가교역할에 한계가 있다. 모 부단체장은 취임 전, 도 근무 때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건이 들통나 전액 반환하는 일도 있었다. 때문에 홍 지사가 5월 정례조회 때 “주말 출근하는 실ㆍ국장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실ㆍ국장은 못된 ○○다”며 “도정연구관으로 보내겠다”고 발언, 직원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속내는 공정인사를 기대한 목마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 유황(劉向)이 지은 설원에는 옳은 벼슬아치인 육정(六正)과 그른 벼슬아치인 육사(六邪)를 직시했다. 육정은 어떤 조짐을 알고 예방하는 성신(聖臣), 대책을 전언하고 나쁜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양신(良臣), 덕스러운 정사를 권하는 충신(忠臣), 화를 복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지신(智臣),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정신(貞臣), 면전에서 잘못을 간언하는 직신(直臣)으로 분류했다. 육사는 시세에 따라 부침(浮沈)하며 아부하는 구신(具臣), 옳습니다만 외치는 유신(諛臣), 그리고 간신(姦臣), 조직혼란을 일으키는 참신(讒臣), 붕당(朋黨)을 만드는 적신(賊臣), 망국지신(亡國之臣) 등 여섯 유형으로 구분했다.

 조선 성종은 재위 6년, 야간경연에서 고려사를 강독하다 고려 성종에게 육정, 육사의 내용을 담은 봉사(奉事)가 오른 사실을 알고, 각 관사의 벽에 이 내용을 써 붙이라고 지시했다. 도청 직원들은 “지금 다시 써 붙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만약,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를 지시한다면, 경남도내 현 공직자 중 옳은 벼슬아치인 육정의 여섯 유형에 하나라도 속하는 공무원이 몇 명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나쁜 벼슬아치 육사에는 누가 오를지 궁금하다.

 유배지란 도정연구관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도는 것은 기준의 엄격함보다 잣대가 오락가락인 것에 있다. 다산 정약용, 세상을 떠난 지 180주년이 되는 해다. 형극의 삶에서 찬란한 유배지문화를 꽃피운 역사의 인물이 한둘이 아니지만, 한 서린 삶의 결정체에 있다. 때문에 경남의 역사로 기록될 도정연구관도 공정의 잣대가 기본이어야 한다. 그 반대편에서 깜도 안 되는 부단체장이 나대서야 쓰겠는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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