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5:59 (금)
신세계 김해 입항 거부한다
신세계 김해 입항 거부한다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5.02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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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6월로 다가온 김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개점을 앞두고 허가 여부를 결정할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예정됐던 김해여객터미널 쇼핑센터 대규모점포등록증 교부 결정을 위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는 시의원들의 요구로 13일로 연기됐다.

 대책위 소속 시의원들과 함께 김해시소상공인연합회도 연기에 가담한 것은 신세계 측의 사회공헌 약속 불이행으로 압축된다. 시의원들은 신세계가 내놓은 사업부지 내 4천130㎡ 규모 녹지공간은 과거 임시 야구장 규모에 비춰 대체시설 규모로는 턱없이 작다는 주장이다.

 시의원들은 협의회 재개최 전까지 당시 속기록을 뒤져 대체시설 규모를 1만 6천㎡로 명시한 부분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견해다. 의원들은 신세계에 대체시설 조성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신세계는 문서로 약속한 바 없다고 버티고 있다.

 신세계의 권모술수(權謀術數)는 ‘두 창녀가 살아 있는 아이와 죽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서로 살아 있는 아이를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자 “그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쪽은 이 여자에게 또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고 명하자 아이의 친어머니가 아이를 죽이지 말라고 간청했다’는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창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사에도 지혜로운 재판이 있었다. 고려시대 손변이 경상관찰사로 재임 때 동생이 누나를 소송한 일이 있었다. 누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동생에게 검은 옷과 검은 갓, 미투리 한 켤레, 종이 한 권만 주고 나머지 재산은 다 자신에게 물려주었다고 말하면서 아버지의 유서를 보여줬다.

 아비가 죽을 때 동생은 일곱 살이었고 어머니는 세상에 없었다는 사정을 듣고 손변은 “부모 마음은 똑같다. 시집간 딸에게만 후하고 어미 없는 일곱 살짜리 아들에게 박하게 했겠느냐? 아들이 누이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데 재물을 나눠주면 동생을 잘 돌보지 않을까 염려해서 그랬을 것이다. 아들이 자라면 종이로 소장을 써서 검은 관에 검은 옷을 입고 미투리를 신고 관에 소송하면 바로잡아줄 것을 알고 네 가지 물건을 남겨줬구나”라고 해석한 뒤 유산을 반씩 나눠 줬다.

 선산부사 송기충의 삼형제 송사도 유명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막내아들에게 재산을 다 물려줬다. 부사가 일부러 죽은 아비의 처사를 나무라며 풀로 인형을 만들어 묶었다. 인형을 형제의 아버지라 하고, 끈에 매어 잡아끌게 했다.

 첫째와 둘째는 주저하지 않고 인형을 땅에다 끌었다. 막내아들에게 끌게 하자 “풀로 만든 인형이라도 아버지라 이름 붙이니 어찌 잡아끕니까? 차마 할 수 없습니다.” 부사는 “아비만큼 자식을 아는 이가 없다더니 막내에게 유독 후하게 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고는 두 아들을 내쫓아버렸다.

 김해시 유통상권에 소용돌이를 몰고 올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개점을 못 하도록 시의원들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가로막는 것은 생존본능이다. 신세계에 이해 안 될 특혜를 주면서 지역사회공헌과 상생방안을 약속받은 일은 당연하다. 그런데 개점이 임박하자 구두로 한 약속은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무슨 배짱인가.

 혼신의 노력으로 김해 포구에 정박한 신세계 호의 입항을 막아주시길 당부한다. 그들이 구두로 한 언약과 문서로 한 약속 모두를 이행할 때까지. 세상의 모든 약자와 선한자의 이름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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