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21 (금)
식물 ‘밤 성장 조절’ 단백질 복합체
식물 ‘밤 성장 조절’ 단백질 복합체
  • 이수인
  • 승인 2016.05.01 2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수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조기개화3ㆍ4ㆍ생장조절 유전자
세 요소 이브닝 복합체 만들어
생물학적 활성 최고조 유도

 식물은 낮에 광합성 작용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햇빛을 받아 물과 이산화탄소로 산소를 방출하고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내보내면 사람은 식물이 내보낸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그렇다면 식물도 사람처럼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잘까? 식물은 밤에도 자라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농부나 자연현상에 예리한 관찰자들에게 알려진 사실 중 하나가 옥수수와 사탕수수는 밤에도 키가 잘 자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과 밤에 일정하게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식물은 늦은 밤에 불규칙적으로 성장하고 동트기 바로 전 줄기의 성장이 가장 신속하게 일어난다. 밤 동안 식물의 리드미컬한 생장을 조절하는 이브닝 복합체(evening complex)는 줄기신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들과 함께 생물학적 시계를 통해 협동적으로 작용한다.

 애기장대 식물은 유전적, 생화학적 기술을 적용해 매우 정교한 작업으로 하루 중 다른 때의 분자적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고 식물 발달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종들에서 발달과 생리적 과정의 타이밍을 통제하는 일주기 시계(circadian clock)를 밝혀내는 데 있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애기장대에서 식물의 줄기성장을 조절하는 조기개화3(Early Flowering 3, ELF3), 조기개화4(ELF4), 식물의 생장조절 (LUX) 유전자는 하나의 단백질 복합체로 작용하는 이른 저녁에 활성화가 최대치가 되는데 이는 조기개화3 유전자가 조기개화4 유전자와 식물의 생장조절 유전자가 함께 모이게 하는 결합단백질로 작용해 이브닝 복합체(evening complex)를 만들어 내며 이로 인해 세 요소의 생물학적 활성이 저녁에 최고조에 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세 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기능을 잃어버리면 식물의 생물학적 시계가 붕괴돼 줄기 신장과 조기 개화를 촉진시킨다. 이는 식물의 성장에 이들이 브레이크처럼 작용해 돌연변이가 될 경우 식물이 훨씬 더 신장 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식물생장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인 피토크롬 결합인자4(phytochrome interacting factor 4, PIF4)와 피토크롬 결합인자5(PIF5)의 활성을 저해해 하루의 끝이나 이른 밤에 이 두 개의 유전자와 결합해 식물 생장을 저지한다.

 이브닝 복합체(evening complex)를 생성하는 세 개의 유전자는 브레이크처럼 작용해 식물의 일주기 시계와 가장 신속한 생장이 늦은 밤과 동트기 직전에 발생하도록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의 발견으로 생물학적 시계가 식물의 주기적 생장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구체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처럼 밤 동안의 식물성장을 조절하는 단백질 복합체에 대한 이해가 더 빠르게 성장하거나 생산량이 더 많은 새로운 작물의 육종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