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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 단체장이 과잉충성의 늪에 빠지면
독선 단체장이 과잉충성의 늪에 빠지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5.01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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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현대판 공직자의 좌우명은 ‘찍히면 죽는다, 또는 눈 밖에 나면 죽는다, 튀긴 튀어야 하는데 밉보이면 끝장이다’ 등 참, 묘하다. 독선 단체장의 눈 밖에 날까 봐서다. 때문에 공직사회는 과잉충성만 넘실댈 뿐 직언이 사라졌다.

 중국 역사상 가장 탁월한 군주로 인정받는 당태종의 치적을 기록한 ‘정관정요’를 보면, 나라를 망친 여섯 종류의 나쁜 신하로 재물만 밝히는 패신, 사당(私黨)을 만드는 적신, 조정에 분란을 일으키는 참신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신의 폐해에 대해 가장 강조하고 있다.

 유신(諛臣)이란, 임금의 말은 무엇이든 좋고, 임금의 행위는 무엇이든 선하고, 임금이 좋아하는 것을 몰래 갖다 바쳐 기쁘게 하고, 항상 아첨하고 함께 놀면서 그 뒤의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신하다. 세상 누구나 칭찬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권력자에 대한 일방적 과잉충성의 가장 큰 부작용은 분명히 잘못된 일인데도 잘한 것이란 착각에 빨려들고 웬만해서는 간파하지 못한데 있다. 때로는 과잉충성을 부추기고 즐겼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바라던 바를 즉결처분하듯, 신속히 처리하니 입으로는 말려도 속으로는 흡족해한 때문이다.

 한때 나라를 좌지우지했던 3공, 5공 실세들의 공통점도 당대 권력자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비롯됐다. ‘실세의 완장’을 차고 온갖 만행을 저질러 국민들의 입방아에 올랐지만 절대 권력자만 충복으로 오인했다. 과잉충성이 수반되는 충성경쟁은 직언을 마다 않는 부하보다는 눈치 빠른 간신의 몫이었다. 그 결과는 추락한 절대 권력자의 몫이었고 비극의 종말은 유감스럽게도 충성시험에서 출발했다. 1995년 단체장 직선제 후, 20년이 지나면서 공직사회도 확 바꿨다. 목민관(牧民官)은 간곳없고 충성경쟁이 정착(?)되면서다. 한번 찍히면 끝이란 것에서 눈치 빠른 공직자의 줄서기에서 직언은 사라졌다. 또 과잉충성에 매몰된 단체장은 반대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주장에 우선, 브레이크도 없다.

 따라서 지역 내 정보를 쥐락펴락한다지만 도지사, 시장ㆍ군수 등 지역 내 수장(首長)에 관한 것은 ‘옳습니다’일 뿐, 나쁜 내용은 모두 킬(keel)이다. 때문에 용비어천가만 울려 퍼지고 비판은 가공돼 별 볼 일 없거나 되레 잘못된 주장으로 보고되는 게 현실이다. 흔히, 청와대에 들어가면 1년 만에 귀먹고, 2년 만에 눈먼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 귀에 솔깃한 말,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쓴 말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방(遐方), 경남도 과잉충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당 대표 출신인 안상수 창원시장이 총선이 끝난 4월 15일부터 부인과 유럽 출장을 다녀온 이후, 부인의 해외여행 경비 혈세 집행을 두고 연일 난리 통이다. 가관인 것은 정당한 집행을 한 듯, 공무국외여행심의위원회의를 거쳐 경비를 지급한 것에 있다. 심의위원회(위원장 박재현 제1부시장) 위원은 7명, 모두 시장 부하직원인 창원시 공무원이며 서면 심의로 뚝딱 처리됐다. 애당초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 시장과 부인의 입맛에 맞는 조건을 맞추기 위한 과잉충성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때문에 ‘자비로 가도 비난을 들을 것인데 전액세금인 부부 해외출장은 시민 정서에 배치된다’는 반응이다. 출장비는 총 4천400여만 원. 이 중 안 시장이 1천150만 원, 부인은 858만 원으로 방문단 전체 10명인 출장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또 안 시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8~13일 5박 6일간 중국 베이징(北京) 등에 우호협약 체결을 위한 해외출장을 갈 때도 부인과 동행, 당시에도 부인이 쓴 240만 원은 전액 창원시가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과잉충성은 내막을 알게 됐을 때, 황당해할 사례가 많다. 그중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홍역을 겪고 있는 경남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도 과잉충성에서 비롯됐다는 게 수사당국이 밝힌 사실이다. 경남 도내 단체장들의 언행도 도마 위에 자주 오른다. 경남지사, 창원ㆍ진주ㆍ김해 등 도내 시장ㆍ군수들이 내뱉은 한마디가 부풀러 지기도 한다.

 결론은 단체장을 향한 빈정거림의 카더라 에서 출발, 오버랩 되면서 소설은 완성된다. ‘골 때린다, 사람이 변했다, 성질하고는’ 등도 보태진다. 특히,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을 경우 결단력은 고집으로 비하되고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출발은 인사, 예산을 떡 주무르듯 하고 기업의 생사여탈권과 다를 바 없는 인ㆍ허가권을 거머쥐고 과신한 것에 있다.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발전론도 단체장의 주장이 앞선다면, 호의적이지 않다. 때문에 경남서부권역 개발이 예견된 듯 했지만 진주 등의 총선 결과물로 인한 도의 지원 중단과 청사 문제 등 진원지도 없는 뜬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직언이 명운을 가른다. 하지만 단체장이 제왕적 권한에 취할 경우, 직언은 간곳없고 감언이설과 과잉충성만 들썩이다. 성군(聖君)의 성스러울 성(聖)자를 쪼개면 귀 이(耳)자가 맨 앞에 있다. 먼저 민초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라는 것이다. 때문에 리더(단체장)라면 즐풍목우(櫛風沐雨)를 감내하고 소통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 ‘아니 되옵니다’는 목소리가 없다면 그 조직은 망한다. 좌우명이 바뀌고 영혼이 없다지만, 과잉 충성한 공무원의 생존율은 100%다. 하지만 독선 단체장이 과잉충성의 늪에 빠지면 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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