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8:31 (목)
스티브 잡스의 유언
스티브 잡스의 유언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4.25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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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돈 때문에 부모 형제를 살해하고 자식을 죽이는 천인공노할 일이 터지는 세상이다. 그래서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과한 표현도 나온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인간들의 욕망은 아파트 분양시장을 과열시키기도 한다. 지난주 모델하우스 문을 연 창원시 중동 옛 39사단 사령부 터 첫 아파트 유니시티에 8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입장객들은 모델하우스에 들어가는 데만 300~400m 줄을 서야 했고, 입장 후에도 30분가량 줄을 서야 하는 등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데 3시간 이상 걸렸단다. 유니시티 분양에 몰려든 인파는 창원 아파트 분양 사상 가장 많은 인파로 분석하고 있다.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창원 전역에서 몰린 부동산 중개업자와 떴다방 등 100개가 넘는 부동산업자들이 진을 쳤다 하니 내집마련에 목마른 서민들을 위한 사업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주말 필자의 카카오톡으로 날아든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유언을 담았다는 동영상 한편은 진위를 떠나 부(富)를 쫓아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이들에 교훈을 줄 만하다.

 이 동영상은 “나는 비즈니스 세상에서 성공의 끝을 보았다. 타인의 눈에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이다. 하지만, 일터를 떠나면 내 삶에 즐거움은 많지 않다. 결국, 부(富)는 내 삶의 일부가 돼버린 하나의 익숙한 ‘사실’일 뿐이었다”로 시작한다.

 이어 “지금 병들어 누워 과거 삶을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정말 자부심 가졌던 사회적 인정과 부는 결국 닥쳐올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 없어져 간다는 것을. 어둠 속 나는 생명 연장 장치의 녹색 빛과 윙윙거리는 기계음을 보고 들으며 죽음의 신의 숨결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생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그 무엇이 부보다 더 중요하다면 예를 들어 관계, 아니면 예술, 또는 젊었을 때의 꿈을… 끝없이 부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나 같은 비틀린 개인만을 남긴다. 신은 우리에게 부가 가져오는 환상이 아닌 만인이 가진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감각(senses)을 선사했다. 내 인생을 통해 얻는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들뿐이다. 그 기억들이야말로 너를 따라다니고, 너와 함께하고, 지속할 힘과 빛을 주는 진정한 부이다. 사랑은 수천 마일을 넘어설 수 있다. 생에 한계는 없다. 가고 싶은 곳을 가라. 성취하고 싶은 높이를 성취해라. 이 모든 것이 너의 심장과 손에 달려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가 어떤 것이냐고? 병상(病床)이다. 차를 운전해주고 돈을 벌어줄 사람을 고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신해 병을 앓아줄 사람은 구할 수 없다. 잃어버린 것들은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잃고 나서 절대 되찾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삶’이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마저 읽어야 할 책이 한 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건강한 삶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지금 삶의 어느 단계에 있든, 결국 커튼이 내려오는 날을 맞게 된다. 가족, 배우자, 친구들에 대한 사랑을 귀하게 여겨라. 당신 자신에 잘해라. 다른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라”는 말들을 담았다.

 최근 국내 유포된 잡스의 유언은 대만의 한 수필집에 담긴 내용으로 작가가 CEO들에게 익명으로 유언이나 격언을 받아서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글을 쓰는 방식이 생전 스티브 잡스와 판이하다’, ‘문법적인 오류나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잡스의 글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와 관련한 수많은 전기 중 가장 믿을 만하다는 책인 아이작슨의 전기에도 이와 같은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해당 글은 해당 수필집의 ‘포춘 500대 기업 CEO의 소원’이라는 단원에 실려있다. 익명으로 처리된 수필집이라 누구의 말인지 알 순 없지만, 누군가가 일부분만 짜깁기해서 잡스의 마지막 유언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인다.

 진위는 뒤로하고 잡스의 유언으로 포장해 국내 SNS에 유포된 글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 “돈 만 쫓아 살다가는 죽는 날 후회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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