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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에 무너진 네 가지
잔인한 4월에 무너진 네 가지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4.18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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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편집부국장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Eliot)’은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경남에서는 이번 4월에 무너진 네 가지가 있다. 잔인하게.

 경남을 자신들의 텃밭이라면서 도민의 믿음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새누리당이 무너졌다. 4년 전 경남 16개 선거구 가운데 15곳에서 승리했던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선거에서 4곳을 내주는 참패를 당한 것은 ‘큰 무너짐’으로 표현된다.

 두 번째 새누리당의 패배를 전국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과 공천파행에 돌리는 국민이 많지만, 경남에서는 협치와는 거리를 둔 홍준표 지사에게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는 홍준표 도정에 대한 도민의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로는 지난해 산단비리로 얼룩진 김해지역 해당 공사장들의 토사붕괴다. 거제에서도 펜션부지를 무리하게 조성하던 고지대 악산(惡山)이 무너져 산 아래 횟집을 덮쳐 사람이 다치는 일이 생겼다.

 해당 산단과 펜션부지를 무리하게 허가해준 행정에 책임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4월에 무너진 네 번째는 경남지역 특히 김해시와 거제시의 공무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으로 꼽는다.

 지난해 경남지역 관계를 흔들었던 김해지역 ‘산업단지 인허가 비리’의 여파가 우기와 함께 재난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단지가 들어설 수 없는 악산(惡山)에 공장을 짓기 위한 업자들의 선택은 ‘뇌물’이었다. 이 뇌물의 미끼를 덥석 문 대가는 가혹했다. 평생을 바친 공직생활을 불명예로 마감한 김해시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공직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김해산단비리’에 연루된 김해시청 공무원들은 국장(서기관) 두 명을 비롯해 사무관(5급)과 6급까지 부지기수였다. 이들 가운데 재판에서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도 있고, 곧 열릴 재판에서 5년 이상의 형이 예상되는 이도 있다. 이 밖에 상당수 김해시청 공무원들이 사법당국의 기관 통보에 따른 감사와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 시장의 측근들도 대거 재판을 받고 일부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또 몇몇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산단 업자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다.

 산단 업자들이 지난 시장 시절 게이트로 비화한 산업단지를 통해 수억 원~ 수십억 원의 뇌물을 뿌리고 얻으려고 한 것은 당연히 막대한 이익이다.

 이들은 6% 제한한 산업단지 관련법을 피해가기 위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을 동원한다.

 50억 원에 토목공사를 계약한 업체는 10억 원 가량을 산단업자에게 비자금으로 돌려주는 수법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불법은 부실공사로 이어진다. 부실공사는 재해로 다가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김해지역에서 연이어 터지는 산단 공사장의 대형사고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배신은 가장 가까운 이로부터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믿음의 강도 만큼 배신의 고통은 더하다.

 경남도민들이 새누리당과 홍준표 도정에 실망하는 이유는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응징도 가혹했다. 산단비리로 얼룩진 김해지역 대형 공사장의 참사들은 두 번이나 연이어 시장으로 뽑아준 전임 시장 재임 기간 자행된 일이라 실망은 더 크다.

 무너진 믿음을 바로 세울 숙제들이 남았다. 잔인한 4월이 가고 나면 신뢰들이 하나씩 회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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