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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
솔로몬의 지혜
  • 박태홍
  • 승인 2016.04.18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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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4ㆍ13 총선의 개표가 끝난 지난 14일 아침 한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들어왔다. 내용은 유대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 다윗왕의 반지에 나오는 글귀였다. 내용은 이랬다.

 전쟁에서 늘 승리를 하던 다윗왕이 어느 날 반지가 갖고 싶었다. 그리하여 다윗왕은 반지세공사를 불러 “나를 위한 반지를 하나 만들되 내가 승리를 거두고 기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지고 시련에 처했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넣도록 하여라.” 어느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가 새겨진 반지 하나를 만들 것을 명령한 것이다.

 명을 받은 세공사는 멋진 모양의 반지를 만들었다. 반지를 만든 후 반지에 글귀를 적어야 하는데 다윗왕이 원하고자 하는 글귀를 적기가 쉽지 않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고민 끝에 반지 세공사는 다윗의 아들 솔로몬을 찾아갔다.

 “솔로몬이시여, 다윗왕께서 기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지고 시련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기라고 했는데 어떤 글귀를 적으면 좋겠나이까?” 반지 세공사의 고민을 들은 솔로몬은 잠시 생각한 후 한 말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였다.

 지금 잘 나간다고 우쭐대십니까? 지금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하루를 살기가 힘드신가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라는 카톡이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통 또한 영화에 대한 의미를 과거로 돌리는 많은 뜻이 함축된 글귀다. 해석하기에 따라 많은 그리고 여러 가지 뜻이 내포돼있겠지만 세공사의 고민을 단 한 번에 해결한 솔로몬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주일 전에 끝이 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거물 정치인들이 신인들에게 패배하는 이변이 속출되기도 했다. 6선의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인제 의원이, 참여정부 시절 최연소 청와대 대변인이며 정치부 기자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후보에게 패했다. 그리고 친 이명박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 새누리당 대표를 역임한 황우여 의원, 대검중수부장 출신이며 박근혜 정부의 총리로 지명됐던 안대희 후보, 대권을 꿈꿔왔던 새누리당의 잠룡인 오세훈, 김문수 후보 모두 낙선했다.

 김해에서는 두 야당 후보 민홍철, 김경수 후보가 여당을 제치고 낙승했으며 김해 시장 자리도 더불어민주당의 허성곤 후보가 꿰찼다. 새누리당 깃대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PK, TK 지역에서도 야당의원들이 선전, 새 정치구도가 짜여졌다.

 이로 인해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정국이 열리게 된 것이다. 여대야소의 정국일 때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앞으로의 정국, 즉 20대 국회는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개정국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총선 민심은 박근혜 정부를 심판했지만 지역주의를 깨뜨린 대구의 김부겸, 순천의 이정현, 김해의 민홍철, 김경수, 부산의 김영춘,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김해영 의원들은 시대적 당면 과제인 국민대통합에서 사명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4ㆍ13 총선은 여당참패 야당 압승으로 끝이 났다. 선거를 치르는 13일에도 일여다야 구도이기에 여당의 낙승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만신창이가 됐다. 비대위를 발족하고 때늦은 수습으로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을 통감해보지만 총선패배와 민심의 상흔을 씻어내기에는 태부족이다.

 나에게 카톡을 보낸 그 지인도 총선 결과의 국가 안위가 얼마나 걱정됐으면 솔로몬의 지혜를 생각했을까? 지금도 늦지 않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하여 정치적 생존을 위한 개인과 계파 간의 안위를 위한 국가 정책을 새롭게 수립, 민심을 추슬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머물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사고의 정치를 국민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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