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1:15 (토)
해외여행 에티켓 현주소는
해외여행 에티켓 현주소는
  • 김정수
  • 승인 2016.04.12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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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수필가ㆍ칼럼니스트
 중국 관광객의 해외여행 추태사례가 심심찮게 지구촌 핫뉴스가 되곤 한다.

 얼마 전에는 태국의 한 호텔 뷔페에서 새우를 집게나 젓가락이 아닌 접시를 이용해 삽처럼 퍼 나르는 난장판 모습이 뉴스에 생생히 보도돼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중국에서는 새우뿐 아니라 바닷게, 해삼, 멍게 등 해산물이 대체적으로 비싸고 귀한 편이다. 특히 칭하이성(靑海省)이나 깐수성 등 서부내륙 지방의 서민들이 싱싱한 해산물을 구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귀한 음식을 여행지 식당에서 만났으니 이들은 아마 ‘횡재’를 만났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어쨌든 이런 추태는 중국의 글로벌 에티켓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개혁개방 경제정책의 성공으로 지갑이 두둑해진 중국인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해외 나들이를 시작한 이래 이들의 여행 매너가 줄기차게 세계인들의 비난을 받아 왔다.

 노상방뇨와 가래침 뱉기, 새치기는 이미 몸에 베어버린 습관이고 금연구역에서 흡연행위, 문화재에 낙서하기, 비행기 안에서 난동부리기, 분수대에서 발 씻는 행위 등 중화민족의 자존심을 갉아먹는 진상족들 때문에 중국정부도 여간 골머리를 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매너 여행객들이 난리법석을 쳐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요우커(游客) 모시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이 쓰는 돈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한해 1억 2천만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즐겼고, 무려 250조 원의 돈을 뿌렸다고 하니, 요우커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지구촌에서 핫 이슈 거리임은 분명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여행 에티켓은 어느 수준일까. 과연 중국의 진상 여행객들을 비웃을 정도로 선진 수준일까. 지난 한해 우리 국민 1천931만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국민 2.7명당 한명 꼴이다. 여행자율화가 된지 27년이나 지났고,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굵직굵직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니 글로벌 에티켓이나 여행 매너도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 매너가 선진국 수준이 되려면 아직 요원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로부터 들려오는 한국 여행객의 추태 사례는 앞서 언급한 중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오명은 조금 덜해졌지만 개선해야 할 매너도 아직 많다. 가장 눈꼴사나운 매너는 좀 살만해졌다고 거들먹거리는 소위 ‘갑질’이다.

 잘 사는 유럽 쪽으로 가면 괜히 주눅 들었다가도 우리보다 조금 못사는 나라에만 가면 고약한 졸부 콤플렉스가 발동을 한다. 만 원권 지폐를 호기롭게 팁으로 뿌리며 부를 과시하는가 하며, 발마사지 아가씨를 술집 접대부쯤으로 오인해서 희롱하거나 노골적으로 2차를 요구하는 행위, 현지 가이드에게 반말을 하고 부하직원 다루듯 갑질을 하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 추태다.

 술에 취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일행끼리 시비를 붙는 경우도 허다하고, 불법 보신약재에 혈안이 되거나, 불법도박ㆍ불법 성행위를 하다 적발돼 여권 뺏기고 수백만 원씩 벌금을 내는 사례도 쉬쉬해서 그렇지 사실 비일비재하다.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 신고 골프 치는 사람과, 비행기 멈추기 전에 제일 먼저 안전벨트 풀고 일어서는 사람은 한국인이라는 비아냥 섞인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이제 우리는 해외여행이 자율화 된 지도 30년 차가 돼가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주변국으로부터 들려오는 혐한(嫌韓)정서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 남을 배려하는 글로벌 에티켓을 실천하자. 나 하나 때문에 국가나 민족 전체가 욕을 먹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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