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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ㆍ항렬은 왜 생겼을까
족보ㆍ항렬은 왜 생겼을까
  • 송종복
  • 승인 2016.04.11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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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ㆍ회장
 각국의 보첩을 보면 한국은 ‘족보(族譜)’, 중국은 ‘종보(宗譜)’, 일본은 ‘가보(家譜)’, 서양은 ‘가족의 수형도(樹型圖 : Tree of Family)’라 쓰고 있다. 족보란 시조부터 현재 자손까지 계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가문의 역사책이다. 이는 혈연관계를 명확히 하고 자신이 속한 일가의 명예와 조상의 업적을 알게 함으로써, 그 가문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높이려는 것이다. 최초의 족보는 고려 왕실을 기록한 ‘왕대종록(王代宗錄)’이 있다. 이는 고려 의종 때 김관의(金寬毅)가 편찬했으나 전하지 않고, 책명은 ‘삼국유사’나 ‘익재난고(益齋亂藁)’에 전하고 있다.

 일반가문의 족보는 세종 5년(1423)에 간행된 문화유씨 ‘영락보(永樂譜)’이나 전하지 않고, 현존하는 것은 성종 7년(1476)에 편찬된 ‘안동권씨성화보(安東權氏成化譜)’이다. 이는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다음으로 명종 20년(1565) ‘문화유씨가정보(文化柳氏嘉靖譜)’가 있고, 17세기 이후에는 각 가문마다 족보를 간행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거의 다 출판하고 있다.

 족보(보첩)의 종류는 대동보(大同譜), 종보(宗譜), 족보(族譜), 세보(世譜), 파보(派譜), 가승보(家乘譜), 계보(系譜), 가첩(家牒), 만성보(萬姓譜) 등이 있다. ①대동보(大同譜)는 본관은 다르지만, 시조가 같은 여러 종족이 함께 통합해서 편찬한 것이며, 종보는 본관을 단위로 해 수록 ②족보는 관향을 단위로 하는 씨족의 계통을 기록 ③세보(世譜)는 두 개 이상의 종파가 모여 합보로 편찬 ④파보(派譜)는 어느 한 파만의 계보와 사적을 기록 ⑤가승보(家乘譜)는 본인을 중심으로 시조에서 직계존비속까지 기록 ⑥계보(系譜)는 한 가문의 혈통관계를 계통적으로 기록 ⑦가첩은 집안에 소장돼 있는 모든 보첩을 기록 ⑧만성보는 모든 성씨의 족보에서 큰 줄기를 추려 내어 집성한 책이다.

 항렬(行列)은 친족집단 내에서 계보상의 종적인 세대관계를 표시한 것이다. 이같이 혈족사이에 세계위치를 분명히 하기 위한 문중의 법이며, 항렬자(行列字)란 한 글자를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혈통이 같은 세대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돌림자’라고도 한다. 종적인 세대에서 형제관계에 있을 때는 동항(同行), 위로 아버지와 같은 세대는 숙항(叔行), 조부와 같은 세대는 조항(祖行)이라 한다. 또 아래로 아들과 같은 세대는 질항(姪行), 손자와 같은 세대는 손항(孫行)이라 한다. 따라서 전통적 친족관계에서 항렬을 특히 강조하고 각 세대마다 일정한 순서에 따라서 이름 가운데 한 자를 공통으로 사용함으로써 상호 간의 세대관계를 쉽게 알 수 있다. 이같이 한 친족집단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이름자를 항렬자라고 한다.

 이때 항렬자는 조상의 이름으로 사용된 글자는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름을 한자(외자ㆍ一字)로 하는 친족집단은 이름자의 일부만을 같이 사용함으로써 항렬자를 대신한다. 또 이름을 두 글자로 하는 친족관계는 한 세대씩 항렬자의 위치를 아래와 위로 바꾸어가면서 교대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앞으로 사용할 항렬자를 미리 알 수 있도록 족보의 첫머리에 밝혀두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족보와 항렬은 남자 위주로 돼 있었으나, 요즘은 여자도 호주가 될 수 있고, 이름도 한글로 짓기 때문에 갈수록 족보와 항렬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뿌리가 있는 가보(家譜)를 갖추어 조상과 친인척을 확고히 하는 것이 현대판 인성교육의 첩경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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