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0:22 (토)
김해시장 재선거과 허착취패
김해시장 재선거과 허착취패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3.28 2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춘국 논설 위원
 퇴계 이황 선생이 1566년 박순에게 조광조를 평한 내용을 담아 보낸 편지에는 허착취패(虛著取敗)란 대목이 나온다.

 ‘홀로 바둑 두는 자를 못 보았소?’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기묘년에 영수로 있던 사람이 도를 배워 미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작스레 큰 이름을 얻자 갑자기 경제(經濟)로 자임하였지요. 임금께서 그 명성을 좋아하고 나무람을 후하게 했으니, 이것이 이미 헛수를 두어 패배를 취한 길이었던 셈입니다.’라는 내용이 적혔다. 아직 학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지에 큰 명성을 얻은 조광조의 ‘패착이 부를 실패’를 경계했다.

 얼마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이 세간에 화제가 됐다. 그중에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 4국의 78수를 ‘신의 한 수’로 평하기도 한다. 이세돌에게는 78수가 ‘신의 한 수’였지만, 알파고에는 이세돌이 둔 78수 직전 수인 77수나 그 뒤에 둔 79수는 패착이었다.

 이처럼 바둑에서 잘못 둔 한 수, 즉 패착은 치명적이며 승부를 가른다. 최근 10여 년 사이 김해에서 벌어진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에서의 승부가 5% 이내 초접전으로 갈린 탓에 이번 선거도 후보들의 한 수 패착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김해시민들을 놀라게 한 김해시장 재선거 후보들의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도내 모 일간지 사내이사로 등재된 새누리당 김성우 후보의 예비후보 등록을 선관위가 무효처리한 뒤 이틀 만에 다시 후보 등록을 받아줬다. 2년 전 제출한 김 후보의 사직서가 처리되지 않고 등기부 등본에 남아있었지만, 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선관위가 인정한 것이다. 만일 김 후보의 등록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일간지 이사 등재와 때 늦은 등기말소는 그에게는 패착이다.

 김성우 후보의 우여곡절과 별도로 더민주당 허성곤 후보의 와병설도 세간의 관심사다. 당에서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선거를 치러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후보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본선을 앞둔 두 후보의 사건 이전에도 논란이 될만한 일들이 있었다. 더민주당의 김해시장 재선거 후보 공천은 전국 최초로 안심번호를 이용한 100% 국민경선으로 치러졌다.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도의원을 지낸 공윤권 후보가 승리했지만, 며칠 못 가서 허성곤 후보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인 중앙당이 전략공천으로 후보를 교체했다.

 5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진행된 새누리당의 경선도 이변이 속출했다. 예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김정권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결선에서 패했다. 김 전 총장은 강하게 반발하다가 지금은 결과를 수용하고 자당 후보 당선을 위해 돕고 있다.

 김해시장 재선거를 보름 앞두고 벌어진 후보들의 돌발 사건들이 ‘패착’인지 ‘신의 한 수’가 될지를 놓고 호사가들의 입이 바쁘다.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후보교체, 와병설, 등록무효 사태 등 시시각각 판세가 돌변하는 김해시장 재선거를 두고 ‘매회 3점 이상의 점수를 내는 야구경기를 관람하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김성우 후보 공천과 더민주당의 허성곤 후보 전략공천이 ‘신의 한 수’가 될지 ‘허착취패’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또 오랫동안 몸담았던 당을 떠나 국민의당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유갑 후보와 더민주로 당적을 옮긴 허성곤 후보의 선택도 결과가 궁금하다.

 보름 남은 선거에서 앞으로 또 어떤 후보가 ‘패착’을 둘지 아니면 ‘신의 한 수’를 만들어 낼지 구경꾼들은 즐겁다. 후보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겠지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