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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노인들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박태홍
  • 승인 2016.03.28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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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느 행사에서 자신의 처지를 두고 ‘춘래불사춘’이라는 당나라 시인의 시 구절을 인용한 바 있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한나라 원제의 딸로 태어난 왕소군이 화친정책으로 흉노에 시집가게 된 것을 개탄하며 지은 ‘오랑캐 땅에는 꽃도 없으니(胡地無花草) /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에서 유래됐다.

 말 그대로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음을 비유법으로 금융계, 경제계, 건설업계 등에서도 많이 통용한 바 있다. 공급량은 늘어도 수요가 줄거나 제철을 만났지만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무역이 늘어도 수지 적자일 때 이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정년퇴직으로 마감한 어느 공직자도 ‘춘래불사춘’이란 말로 자기 자신을 비유했다. 공직생활을 할 때는 짜여진 시간대로 움직여야 했던 틀을 벗어나 퇴직 후 여유로움과 해방감을 기대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하소연이었다. 할 일 없는 낮 시간이 길고 괴롭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소일할 수 있는 일거리가 없고, 갈 곳이 없다는 게 그가 느낀 춘래불사춘이라는 것이다.

 진주시에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4만 8천112명이 살고 있다. 100세 이상의 노인도 66명이나 된다. 이들 또한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음을 느끼고 있거나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진주시 지역 내에는 사회복지관, 사회복지상평분관 상락원, 청락원, 마을공동회관, 경로당 등 노인들이 생활하거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복지시설이 여러 곳 있다. 건강증진을 위한 체육단련시설을 비롯한 각종 기구와 노래교실, 노인대학 등이 운용돼 노인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점심 또한 무료급식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2천원에 해결되며 오가는 무료 운송차량이 있어 돈 드는 일이 별로 없다. 이 같은 복지 혜택이 주어지고 있지만 4만여 명의 노인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시설이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상락원, 청락원, 사회복지관을 찾아 그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노인들은 여름철이면 다리 밑이나 나무그늘 아래, 겨울철이면 따뜻한 양지쪽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예전에는 환갑 진갑을 지나면 노인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100세 시대인 지금은 정년을 마친 60세 중반이나 70세 초반에는 노인 대우도 받지 못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게다가 노년이 돼도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신체적이나 정신적 능력이 뚝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나이에 따른 각자의 사고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간혹 길거리를 가다 보면 휴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휴지를 줍기 위해 애쓰는 노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노인들은 진주에서만도 수십 명에 달한다. 차량통행이 번번한 대로변에서도 주택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았기에 나이 들어 노년에 이르러서도 휴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갈까 하는 측은한 생각이 든다. 그건 기우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할 일이 없으니 휴지라도 줍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노후대책은 각자 개인이 하겠지만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노후 대책은 지자체와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금의 노인들은 소아기에는 6ㆍ25를 겪었고 청년기에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대립과 갈등에 어려운 삶을 지탱해 오면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돼온 세대들이다. ‘국제시장’이란 영화 속에서 이들 세대들의 삶을 재조명, 관객동원에 성공하기도 했다. 독일 광부, 월남 파병, 민주화 등 시대별 표현도 잘 나타냈지만 국가를 향한 애국심 또한 영화 속 전체에서 묻어나온 걸작품이었다. 노년에 갈 곳이 없고 일거리가 없는 우리들 부모세대들에게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를 한 번쯤 생각해볼 때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도 노인복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시설은 아직도 늘어나는 노인 수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입하나 줄이기 위해 노인을 산에다 버려야 했던 시대가 지난 지 500년을 훨씬 넘었다. 이 같은 풍습은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북아메리카,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 살았던 이누이트 족도 그랬다 한다. 이때는 식량이 부족한 시대에 종족 보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웰빙과 힐링의 100세 시대 아닌가. 노인들의 풍요로운 삶과 행복을 어디에서라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노인 기초연금, 노인 일자리사업, 노인보험, 치매 무료점검, 노인 돌봄종합서비스 등 각종 노인복지를 위해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지만 이 또한 다수가 아닌 소수 혜택에 그치고 있다. ‘낮이 괴롭다’는 노인들을 위해 지자체는 물론 정부 당국도 보다 더 현실적이고 세심한 노인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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