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게 사랑이 뭐냐 물으면
알파고에게 사랑이 뭐냐 물으면
  • 안명영
  • 승인 2016.03.27 2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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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명영 명신고등학교장
 “종일 배불리 먹고 마음 쓰는 데가 없다면 딱한 일이다. 장기나 바둑이라는 게 있지 않으냐 그것이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고 공자는 말했다.(논어ㆍ양화) 사람이 밥만 먹고 하는 일이 없으면 안 되니 바둑이라도 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바둑을 신선놀음이라 했다. 신선들의 놀이를 바둑이라고 하니 사람이 바둑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듯하다. 나무하러 산에 갔다가 수염이 허연 노인들이 바둑을 두고 있어 구경하다가 연장을 챙기니 도끼자루가 썩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신선과 사람이 바둑 내기를 한다면 어떤 결과와 파장이 생길까.

 삼국사기 신라본기 효성왕조 2년(738년) 봄, 당현종은 성덕왕의 승하를 애도하고 효성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사절단을 보내면서 형숙에게 “신라는 군자의 나라이므로 글을 기록하는 법이 중국과 유사하다. 대국의 유교가 성함을 알게 하라.”

 그리고 신라 사람들이 바둑을 잘 둔다고 해 양계응을 부사로 삼아 보냈는데 신라의 고수들이 모두 그에게 패했다. 이에 왕은 형숙 등에게 금ㆍ보물 등을 후하게 줬다고 한다.

 당시 당나라는 문화 강국이었다. 궁중에는 기대소를 설치해 전문기사제도를 뒀으며 지금의 19줄바둑은 그때부터 유행했다고 한다. 당현종은 바둑 실력을 뽐내고자 작정하고 국수를 보낸 것이다. 이는 중국과 최초의 바둑대결이고 금성은 바둑 이야기로 떠들썩했을 것이다. 결과는 돌아가면서 전패했다고 하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 경주 분황사에서 15줄짜리 바둑판이 발견됐다. 15줄바둑을 두던 신라 기사(棋士)들이 19줄바둑으로 무장한 당나라 기사보다 당연히 수가 모자랐을 것이다. 대회 규정부터 신라가사에게 불리했다.

 그로부터 1278년 세월이 지나, 이세돌과 도(道)는 모르지만 늙지 않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바둑대회가 이달 서울에서 개최됐다. 가로세로 19줄의 바둑판에서 수는 무궁무진하고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인간 바둑은 경륜이 미천한 일파고에게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국 후반으로 갈수록 인간 기사는 흔들리고 초조해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하는 듯했다. 결과는 알파고가 4:1로 이겼다. 연속 3판을 이기고 넷째 판을 내주고 마지막 판에서 다시 이겼다. 이를 두고 기계가 사람을 이겼다. 곧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 등 온갖 추측성 기사로 어수선했다.

 증기엔진의 발명으로 산업 혁명을 가져왔다. 증기관관차는 증기로 바퀴가 움직이게 되므로 석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화물과 많은 사람을 먼 지역까지 이동시킬 수 있어 육지의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증기선은 대륙 진출의 길을 열었고 전기를 사용해 밤을 밝혀 노동 시간을 연장시키고 생산을 증대시켜 시장경제를 열게 된다. 컴퓨터를 사용함으로 종이 문서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기계 발달로 인간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주종관계는 여전하다.

 기사가 매년 1천판씩 40년을 둔다 해도 평생 4만 번에 불과한 데 알파고는 한 달에 100만 개의 기보 학습이 가능하다. 상대가 돌을 두면 빛의 속도로 연산해 이기는 수를 내놓는다. 무궁무진한 정보를 담고 피로를 모르는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은 처음부터 무리라 할 것이다.

 바둑을 신선놀음으로 여겼는데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기계와 인간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던 세계인들이 놀랐다. 그러나 신선이 나무를 해 봤는가. 알파고가 사랑을 알기나 하겠는가. 자녀 교육을 경험했던가. 사랑하며 자녀를 낳고 키우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인간의 모습을 귀하게 여기는 계기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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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Button 2016-03-28 10:22:52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이 미래에 인간의 직업을 줄일까요? TriButton ( 트라이버튼) 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 보세요.
tributton.com/index.jsp?uc=1&fc=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