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 하이에나가 득실거리면
정치판에 하이에나가 득실거리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3.27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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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내홍(內訌)을 겪은 공천 파동의 옳고 그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야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은 계파 간의 내전(內戰)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봉합이 됐다지만, 이 앙금이 4ㆍ13 총선 후 언제 어떻게 다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집권 후반기 권력의 유지 강화를 위한 조치란 것은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고 이 과정의 비민주성과 부당성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한 의원의 고백은 뜻하는 바가 크다.

 권력의 눈치는 보면서 국민을 무시하고 권력을 강화하려다 권력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을 지적, 특정인과 특정세력을 향해 진행해온 공천학살의 책임론을 제기, 역사에는 비루한 간신들로 기록될 것이라 했다. 총선 후 차기 당 대표선출과 내년 대권을 향한 시나리오 등은 공천과정을 미뤄 짐작건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천 파동이 블랙코미디란 사실에서 국민들이 정치판을 보면서 웃는 모습이 조롱의 웃음이요, 쓴웃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당이란 사실에도 대선까지의 남은 기간에 여야 간 투쟁보다 집권당 계파싸움이 계속된다면, 국정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추락하는 경제로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할 것이고 사달이 날 것은 뻔하다.

 공천과정을 지켜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SNS를 통해 ‘무리를 지어 남이 사냥해놓은 먹이를 가로채기에 급급한 하이에나의 모습’이다. ‘사자는 보이지 않고 하이에나만 춤추는 한국정치판’이라 했다. 또 ‘개인적 야욕을 위해 정리(正理)를 배신하면서, 정의로 포장만 하면 영웅시하는 여론도, 여론의 눈치만 보는 공천도 새털같이 가볍다’고 하면서 한국의 정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정치인들은 일부 컷오프와 경선 탈락자들의 깨끗한 승복과 백의종군 선언이 돋보이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돋보일 만큼 현실 정치가 후진적이라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정치란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의견의 차이를 조정해 나가는 상호작용이지만, 요즘 정치판에는 자신의 양보도, 상대방을 위한 설득도, 서로 간의 타협도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혼란을 돌파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소신껏 일을 처리할 정치력을 갖춘 리더가 없다는 것이 슬픔이다. 소위 여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당 대표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홍 지사는 “선거등록을 하루 남겨두고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한다는 것은 야당에서나 하는 정치투쟁이지 집권당 대표답지는 않습니다”라면서 꼬집었다. 선거 때만 표를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당선된 뒤에는 공약과는 상관없이 주류 세력을 위한 이익에만 매달리고, 일관된 정치철학도 없이 계절이 바뀌면 둥지를 버리고 날아다니는 철새 같은 정치인들만 난무하고 있다.

 경남에도 지역의 주요 현안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에 급급해 선거구 축소 때는 통합 창원의 분리법안을 발의한다고 협박하는 국회의원들, 경쟁력을 갖추기보다 선수 쌓기에만 급급한 국회의원들, 선거에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연고도 없이 찾아온 철새 정치인들, 출마를 위해 임기도 채우지 않고 공공기관을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동 등 정치와는 먼 거리에서 일해야 할 인사들이 친박의 가면을 쓰고 출마하고 있다. 이 같은 유형의 정치인들이 선거 때면 도민을 위해 일하겠다. 도민만 바라보겠다면서 표 달라고 외치는데 도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토크빌은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제 정치인들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면, 국민들이 도민들이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동안 원했던 것을 표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국민이 원하는 정치력을 갖춘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지만,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次惡)이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파벌과 보스의 의사를 반영하는 무책임한 정치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공천과정이 밀실ㆍ사천(私薦)ㆍ불공정 논란과 질 낮은 블랙코미디 같은 사건의 연속이기에 정치혐오와 냉소의 깊이를 더했다.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패권 정치를 이끈 공천 파동은 처음부터 오만과 독선의 질주에 있다. 또 옥쇄파동은 잘못된 공천의 끝자락이라도 바로잡았다는 명분을 얻었다지만 정치판을 코미디로 만들었다. 때문에 역사의 물줄기가 거꾸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게 국민이고 투표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새누리당의 비정상 공천은 꼼수에 꼼수를 뒀고 그 민낯이 드러났다. ‘막장’ 공천의 한 원인은 1번이라면 ‘묻지마’ 지지를 보내준 경남 유권자들의 지역주의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새해 벽두에 SNS를 통해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는 국민만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 새해에는 현명한 국민들의 선택만이 나라를 살립니다. 우리 모두 정신 차리고 대한민국을 봅시다’란 글을 다시 보면서 4ㆍ13 총선 후 우리 정치판의 변화를 기대한다. 하지만 공천 파동이 자파(自派)세력 확보에 혈안이었다는 것을 목격한 후,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영국 속담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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