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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과 사고 전조
‘하인리히 법칙’과 사고 전조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3.24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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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1건의 교통사고 배후에는 29건의 가벼운 접촉 사고가 있었고, 그 배경에는 300개의 작은 부주의가 있었다.”, “1건의 이혼 문제는 그에 이르기까지 29번의 다툼이 있었고, 그 배경에는 300개의 사소한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 “1건의 강력한 고객 클레임 이전에 29건의 일반적인 클레임이 있었고, 그 뒤에는 300개의 소리 내지 않는 손님들의 불만이 있었다”

 부주의가 원인인 사고를 당하면 ‘운이, 재수가 없다’는 말로 책임을 신에게 돌리는 이들이 있다. 이는 ‘미래의 다른 불행을 부르는 것’이라고 85년 전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밝혔다.

 1931년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한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하면서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했다. 하인리히는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상처를 입을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에 착안,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그의 주장에 따라 이는 ‘하인리히 법칙’이 됐고, ‘1:29:300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큰 사고가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가벼운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으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요약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내버려둘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인리히 법칙은 우리에게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자세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막을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내버려두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 연이어 터지는 김해지역 대형사고를 살펴보면 현장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이들이 ‘하인리히 법칙’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이런 법칙을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29일 생림면 나전리 산업단지 공사장 옹벽 일부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3명이 숨졌다. 비탈진 산을 깎아 공장을 짓는 난개발이 사고를 자초했다는 비난과 함께 사고 이전의 전조를 소홀히 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지난달 중순 주촌선천지구 내 센텀큐시티 아파트 공사장에서 중장비가 인근 일동한신아파트를 덮쳐 주차된 자동차들이 파손된 사고는 미래에 발생할 대형사고의 전조일 가능성이 크다. 이 공사장은 지난해 6월에도 20m 높이의 항타기가 아파트를 덮치면서 놀이터 담장이 파손됐다. 다행히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다음에 일어날 사고를 기록할 때도 ‘다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달 1일 무계리 서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도장공사를 하던 인부가 19층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지난해 4월 율하동 서희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는 펌프카가 넘어지면서 작업 인부가 숨졌다. 두건의 사망사고 이전에 일어난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지난해 10월 무계동 ‘남명 더라우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리프트가 추락하는 사고로 근로자 2명이 사망했다. 두 달 뒤인 12월에는 율하동 장유복합문화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높이 52m 100t급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이 사고들이 대형사고에 대한 또 다른 전조인지, 사소한 사고를 내버려둔 결과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4ㆍ13 총선이 19일 남았다. 후보를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우리의 선택이 대형사고를 불러올 후보의 당선으로 연결된다면, 그것은 사소하고 가벼운 사고를 내버려둔 꼴이 된다. 이번 선거에서의 투표가 미래의 불행을 예약하는 결과와 만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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