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13 (금)
소설 공간서 펼치는 마당극 ‘얼쑤’
소설 공간서 펼치는 마당극 ‘얼쑤’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6.03.23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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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 경사났네’ 하동 평사리 상설 공연 극단 큰들 26일부터
▲ 큰들문화예술센터가 소설 ‘토지’를 마당극으로 각색한 ‘최참판댁 경사났네’를 오는 26일부터 11월 5일까지 하동 평사리에서 상설공연을 갖는다. 사진은 지난해 공연의 한 장면.
 “자그마한 계집아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앙증스럽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의 나이는 다섯 살. 장차는 어찌 될지, 현재로서는 최치수의 하나뿐인 혈육이었다. 서희는 어머니인 별당아씨를 닮았다고들 했으며 할머니 모습도 있다 했다. 안존하지 못한 것은 나이 탓이라 하고 기상이 강한 것은 할머니 편의 기질이라 했다.”

 박경리 선생은 ‘토지’ 1권에 등장하는 주인공 어린 서희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마을 아낙 강청댁과 임이네를 두고는 “강청댁이 임이네를 싫어한 만큼 평소 임이네 역시 강청댁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스물여덟 살의 강청댁보다 세 살이나 아래인 임이네가 강청댁에게 공대하지 않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임이네는 매우 건강하고 이쁘게 생긴 여자였다”고 했다.

 서희, 임이네, 강청댁뿐만 아니라 소설 ‘토지’ 속 여러 인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 마련된다. 박경리 선생이 26년에 걸쳐 집필하고 약 600여 명의 인물들이 펼치는 대하소설 ‘토지’가 실제 소설의 배경인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1시간짜리 마당극으로 펼쳐진다.

 30년 역사를 가진 마당극 전문극단 큰들문화예술센터 (대표 이규희, 이하 큰들)은 소설 ‘토지’를 마당극으로 각색해 오는 26일부터 11월 5일까지 연간 18회에 걸쳐 공연한다고 23일 밝혔다. 하동군이 주최하고 극단 큰들이 주관하는 이 공연은 2010년 토지문학제 1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후 지금까지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7년째 공연하고 있다.

 크게 1부와 2부로 나눠지는 마당극은 매회 오후 2시 최참판댁 토지마을 길놀이부터 시작한다. 길놀이로 평사리를 들썩이게 울리고 나면 토지세트장 용이네 집 앞에서 1부를 시작한다.

 1부에서는 풍요로운 평사리 들판과 용이, 임이네, 강청댁 등 평사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호시탐탐 용이를 넘보는 임이네와 그런 임이네를 시기 질투하는 용이의 조강지처 강청댁의 시끌벅적한 싸움은 차라리 익살스럽고, 모내기 끝난 들판에서 부르는 농부가 한 대목은 평사리 들판과 잘 어울린다.

 1부가 끝나면 공연은 최참판댁 안채로 이동한다. 배우들뿐 아니라 풍물장단에 어깨춤 추며 관객들이 함께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이 재미있는 풍경이다. 2부에서는 최치수도 죽고, 윤씨부인도 죽고, 어린 서희 혼자 남은 최참판댁에 먼 친척 조준구와 그의 부인 홍씨가 찾아와 어린 서희를 쫓아내고 최참판댁을 차지한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 복수하리란 원한을 가슴에 품고 간도로 떠나는 서희. 서희는 하인 김길상과 결혼을 하고, 김길상은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다시 돌아온 서희는 최참판댁을 되찾고 평사리에서 해방을 맞이한다. 이처럼 마을 길놀이, 용이네집 앞, 최참판댁 안채 등 평사리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인 만큼 배우들을 따라 움직이면 더 재미있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큰들 관계자는 “26권에 달하는 대하소설을 1시간으로 축약한 만큼 마당극이 소설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며 “다만 평사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공연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간접적으로나 소설 ‘토지’를 접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마당극에는 극단 큰들 배우 20여 명뿐 아니라 실재 평사리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평사리에서 농사를 짓고 가게를 운영하는 배윤자, 이준원 씨는 벌써 3년째 공연에 출연하며 공연에 감칠맛을 더하고 박경리 선생께서 ‘앙증스럽고 건강해 보이며, 기상이 강하다’고 표현한 어린 서희역은 악양초등학교 배주영, 박채린 두 어린이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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