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 활짝 열자 <1>
마음의 창 활짝 열자 <1>
  • 이영조
  • 승인 2016.03.23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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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숨을 쉴 때 공기 속에 섞인 먼지나 티끌, 각종 미생물들이 함께 우리 몸속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코의 비강과 기관지를 거치면서 이물질은 가래로 미생물은 위로 보내져서 살균ㆍ정화된다. 하지만 초미세 먼지는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 깊숙이 침입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옛날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방송이 계속되는 통에 요즘은 집안을 환기시키려고 창문을 열어놓는 일에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창문을 꼭 닫고 지내는데 왠지 실내 공기가 탁해진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머리를 지배한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진 현대인 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소한 문제가 무의식중에 우리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창문을 닫고 살아야 하는 찝찝함의 무게를 걷어내기 위해 창문을 열어젖히는 용기를 선택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까?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갈등을 하다가 과감히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직은 조금 차갑지만 시원한 바람이 텁텁하던 집안의 공기를 훅 걷어가고 상쾌함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머리가 맑아지고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는 청량감마저 들게 한다.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기쁨과 함께 얼굴이 환하게 피어난다.

 상담실에 들어서는 내담자들의 얼굴은 근심 가득한 우울한 모습이다. 그분들을 맞이하는 상담사 역시 무거운 돌 하나가 가슴에 자리한 느낌으로 상담을 시작한다. 이는 내담자들이 마음과 동일시하려는 자세 때문일 것이다. 상담이 시작되고 자신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담자 마음이 돼 한숨도 쉬고, 답답함을 공유한다. 상담사는 상대방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온 정신을 내담자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래야 공감을 할 수 있고 상처가 난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담자의 말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억울함, 분노, 슬픔을 여과 없이 내어놓는다. 자신의 감추어진 모습을 전부 들어 내보이며 도움을 청하는 것은 아마도 전문가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행동이리라.

 그의 가족은 부모와 자매가 전부이다. 자신은 부모나 언니, 가족과의 관계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술을 드시면 과격해지는 아버지의 행동과 폭언으로 집안 분위기는 살얼음판이고 엄마와 언니 그리고 자기까지,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불안한 나날을 보내며 성장했다. 그런 환경에서 어렵게 대학을 마치고 성인이 돼 직장생활을 하는데 집단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가난이 싫었고 반드시 성공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려는 욕심에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면서 직장에서도 동료 간에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지 않아서 퇴직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자기의 집착적인 성격으로 인해 헤어졌으며 그 충격으로 현재는 모든 자신감을 상실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생활하고 있었다.

 감추고 싶은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하려고 용기를 내어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닫은 마음의 창을 활짝 열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이 깊은 곳에서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모래상자를 구성해 보자고 권했다. 한참을 망설이는 모습으로 피규어 전시장을 관찰하더니,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아있는 인물 하나를 가져다 모래 위에 놓는다. 그리고 다른 피규어를 하나씩 가져와서 모래상자에 자리를 잡고 안착시키고 있다. 여러 번 반복해서 피규어장과 모래상자 사이를 오가더니 “이제 다 했습니다.” 하며 의자에 앉았다.

 내담자에게 모래상자를 감상해 보도록 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이 만든 모래상자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침묵이 흐르고 있다. 내담자는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한숨을 내 쉬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모래상자를 충분히 감상하도록 기다려 줬다. 그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휴지를 뽑아서 건네주고 말없이 기다려 줬다. 소리 없는 울음과 함께 볼에는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다.

 잠시 뒤 울음을 멈추고 상담사와 눈빛을 교환한다. 무언가 알겠다는 눈빛이다. “어떤 느낌이었나요?” 하고 물으니 내담자가 조용히 입을 열면서 “이게 제 모습인가요?” 하고 반문을 한다. “네, 그래요. 이 모습이 본인의 모습입니다” 내담자는 자기 내면의 모습을 모래상자에 만들어놓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이다. “아∼” 하면서 무언가를 느낀 모습이다. 다음 회기를 약속하며 상담실을 나서는 내담자는 가슴에 얹힌 작은돌 하나를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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