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도록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결집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고 오는 25일 첫 기념식을 갖는다고 한다. 서해수호의 날 국정 기념일 지정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잘한 일이다.
서해는 평상시 북한이 자주 우리의 대비태세를 떠보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곳인 데다가 한반도에서 국지도발이 전면전으로 확대된다면 그 발단은 서해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로켓발사로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지금,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뭔가를 획책한다면 그 발화지점으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해가 될 것이다.
“실전 배치한 핵탄두를 항시적으로 쏠 수 있게 준비하라”, “핵탄을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했다”, “핵 폭발시험ㆍ핵 공격능력 향상 시험을 계속하라”, “핵 폭발시험과 로켓 시험발사를 이른 시일 내에 단행하라” 등 김정은은 연일 강도를 더해 가며 위협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이런 발언들을 100% 믿을 수 없다 하더라도 이제 북한의 핵 능력은 매우 우려스러운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김정은이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데에는 핵 그림자 효과(Nuclear Shadow Effect)를 믿고 하는 행동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북한이 재래식 국지도발을 하더라도 남한은 북핵의 가공할 위력을 의식해 강력하게 맞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의 위세를 믿고 더 과감하게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이 시한폭탄의 단추를 누를 권한을 쥐고 있는 김정은의 요즈음 행태이다. 자기가 쥔 카드를 하나씩 펼쳐 보이며 마치 ‘우리 핵 능력이 이 정도야!’라고 국제사회를 향해 외치는 듯 보인다. 더구나 김정은 주변에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라고 감히 자기 목을 내놓고 직언할 수 있는 수하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예측불가하며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아줄 주변 인물도 없는 젊은 독재자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것이 지금의 북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그 어디서가 서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북핵 위협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천안함 폭침 6주년을 맞는다. 국민들의 단합된 안보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때, 서해수호에 대한 강력한 안보 의지를 다지고 결집한다는 의미에서 ‘서해수호의 날’을 국정 기념일로 지정하고 다양한 관련 행사를 통해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