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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파동 내홍이 자해공갈 수준이라면…
공천파동 내홍이 자해공갈 수준이라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3.20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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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은 누가 뭐래도 여당(새누리당)의 텃밭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사와 시장ㆍ군수 등을 뽑는 지방선거도 쭉 그랬다. 확실한 지지기반이었다. 하지만 한 꺼풀을 벗겨보면 묘하다. PㆍK(경남ㆍ부산ㆍ울산)와 TK(대구ㆍ경북)가 여당의 텃밭이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 경남은 텃밭만 제공했을 뿐 정치적 수확은 별로 없었다는 지적이다. 영남권이라지만 정치적 변방이란 자탄(自歎)에도 선거 때면, 텃밭을 제공한 것을 두고 말함이다.

 때문에 지역주의에 편승, ‘정신적 분당(分黨)’을 넘어섰다는 공천학살의 원인 중 하나는 영남권이란 큰 텃밭을 가진 오만함에 있다는 지적이다. 막말, 품위손상 등 적격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권력싸움에도 경남도민들이 영남권에 휩쓸려 공천=당천이란 지난 선례가 자만(自慢)토록 한 것에 있다.

 이를 두고 지난 1995년 국내 모 재벌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며 일갈한 한국의 정치현실은 2016년에도 여전하다는 중론이다. 정치의 품격이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지만 계파 간 권력투쟁으로 상대방을 죽이려는 식의 기획폭로가 기승을 부리고 진박이 독식하려는 권력투쟁을 두고 ‘격을 따지는 것, 그 자체가 사치’란 지적이다.

 이에 홍준표 경남지사가 ‘당 대표ㆍ선관위장장ㆍ야당으로 당적을 옮길 탈당인사를 예견, 정치의 본령이 권력싸움이라지만 공천내홍 사태를 자해공갈수준’이라고 지적한 Facebook 정치가 새삼 화제다.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홍 지사는 시시때때로 전한다. 메르스 사태, 역사교과서 문제, 남북문제 등 정국의 흐름을 홍 지사의 페이스북에서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는 사회전반에 걸쳐 쓴소리를 마다않고 사실에 근거하지만, 날카롭고도 뛰어난 직관력으로 논란인 사안에 대해 ‘꼭 집어낸 듯’, 간단명료한 한마디가 흐름을 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일 “여당 대표가 독재정권 운운하는 것은 자해 공갈 수준이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비박계 중진 의원들 컷오프 문제와 관련해 ‘독재정권에서나 하던 이야기’로 언급한 것을 두고 한 말로 보인다.

 또 “여당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야당으로 말 갈아타서 또 국회의원 한 번 더해본들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며 “그 또한 스스로에 대한 자해공갈이다”고 덧붙였다. 야당으로 간 진영의원을 예견한 게 적중했다. 이어 홍 지사는 “한사람 공천 결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미루는 것 역시 비겁하기 이를 데 없는 자해공갈이다”며 “하나가 돼도 어려운 총선을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놓고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또 “4ㆍ13총선 때 국민에게 여당을 밀어달라는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며 “자해공갈을 멈추고 단합해 이 난국을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은 지금은 변방의 도지사지만, 여당의 무덤인 서울 강북에서 4선 의원을 지낸 전 당 대표의 충심으로 이해된다.

 앞서 홍 지사는 지난 16일에도 “공천 정국에서 우리는 절망을 본다”며 “정당 지도자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치 무상이다”는 짧은 글을 올렸다. 그는 “정치는 허업이라고 한 말이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 같은 단상의 이면에는 상대방의 약점에는 칼을 들이밀면서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정치혐오와 불신을 가중시키는 낙후된 정치문화를 질타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총선이 코앞인데도 막장 공천드라마가 도민들의 인내를 시험하는지, 비겁하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살생부(殺生簿) 소동, 공천 여론조사 유출, ‘김무성 죽어버려’ 막말파동은 비박계의 축출 후 빈자리에는 진박(眞朴)을 꼽고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등 공정성과 객관성, 독립성이 보장된 공천은 기대할 수 없다. ‘내 사람을 심고 보자’는 잘못된 권력욕이 낳은 내홍(內訌)을 도민들은 원하지 않는다. 품위를 잃은 정치에 불신이 클 수밖에 없지만 정치권의 구태를 쉽게 잊고 국민들이 심판의지가 약한 것도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한 원인이다. 그 과정과 결과를 홍 지사는 자해공갈에 비유 독설을 쏟아냈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않고 뚝 끊어버리는 도민들이 많다. 이토록 냉담하기만 한 민심은 경남에서 정치가 사라진 지 오래고, 정치적 변방에만 머문 탓이다. 경남이 쓸모 있다면, 선거 때 잠깐 쓰고 버리기 딱 좋은 때문이다.

 하지만 경남도민들이 이를 모른다고 생각하면 난센스다. 경남도민들은 총선에 나선 현역 또는 신인을 내키지 않는 것은 김영삼, 노무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새로운 리더에 대한 욕구에도 경남이 정치변방으로 전락한데 있다. 때문에 또 다른 리더 탄생을 위해 도민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 길이 정치변방 경남을 확 바꾸는 길이다.

 정당의 공천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갈등이 자해공갈 수준이라면 공천개혁이 아닌 사천이나 다를 바 없다. 도덕성이나 품위의 잣대가 무엇인지를 의심케 하는 공천, 이러고서 무슨 낯으로 도민들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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