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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이성과 이세돌의 감성
알파고의 이성과 이세돌의 감성
  • 신은희
  • 승인 2016.03.17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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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알파고에는 없지만 이세돌에는 있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감성, 감정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가 응원했던 대상은 알파고였을까? 이세돌이었을까? 이세돌과 알파고 중 승리자가 누구이길 바랐으며, 또 누가 이길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까?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바둑최강실력자 이세돌 9단이 펼쳤던 세기의 대결, 각종 매체들이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다양한 SNS채널들을 통해 퍼진 소식들로 바둑을 잘 모르던 이들에게까지도 흥미를 불러일으켜 누구나 저절로 관심을 갖게 되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 그동안 봐왔던 영화나 가상세계가 아닌 눈앞의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인간세계에 기계가 던져준 메시지는 가히 그 상상을 초월한다.

 알파고는 이미 공개된 프로바둑기사들의 기보(棋譜)에서 얻어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해 두고, 컴퓨터 스스로가 학습하고 분석해 판단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사용했다. 프로기사들이 어떤 수를 두며 대응하는지 패턴을 학습해 별도의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특수한 상황에서 컴퓨터가 판단한 최선의 수를 찾는 것이다. 또 알파고는 그 프로그램끼리 서로 대국을 펼치며 승리한 뒤, 가중치를 더해가는 방법으로 성장해 왔으며, 지금도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종의 시험을 치른 것이라 하겠다. 그렇게 알파고는 다섯 번의 대국에서 무려 네 번이나 인간을 이기며 설마 하는 조바심으로 지켜보던 세계의 눈에 보란 듯이 의기양양 그 위력을 과시하며 당당히 시험을 통과한 셈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컴퓨터프로그램을 이용해 개발한 기계들을 수없이 많이 사용해왔다. 컴퓨터를 떼어내면 삶의 기반이 무너질 정도며, 전쟁무기에서도 컴퓨터가 장착된 기계가 인간끼리의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또 종종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기계가 인간을 이기고 조종하며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상황들을 예측해보기도 하고, 실제 완벽할 것이라고 믿었던 컴퓨터시스템 작동의 오류로 빚어지는 각종 사고들을 경험해왔다. 그럴 때마다 인간은 기계의 위협을 두려워하면서도 인간을 극복하는 기계의 힘을 끊임없이 갈구하며 개발해오고 있다. 그렇게 해 과연 인간이 기계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다행일까?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이내 한 번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그 승리에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으며, 알파고를 향해 마치 “너 봐라! 어디 감히 인간에게? 이게 기계인 너의 한계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는 게임을 하는 수준의 알파고가 앞으로 더 강력해진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수준에 가까워져 돌아올 것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점점 더 막강해져 가는 기계에 언젠가는 정말 무릎을 꿇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기업명, 딥마인드(DeepMind)를 살펴보자. 2010년 영국에서 설립된 인공지능 관련기업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술을 사용해 학습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는 이 기업은 그 명칭이 아이러니하게도 현재까지는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마인드(Mind), 즉 감성과 감정의 한계를 갈구하며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알파고에는 이성은 있지만 감성이 없다. 하지만 이세돌에는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이 있다. 알파고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한다지만, 그는 우리 인간의 뇌가 가진 이성과 감성의 자유로운 교류와 조화로 나타나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심리세계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완벽한 것 같지만, 오히려 단순하다. 또 그가 이기면 놀랍지만, 이세돌이 이기면 감동이다. 이는 우리가 감각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감정을 가진 생체이며, 본연의 감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간의 향기에 공감하기를 바라고, 추구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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