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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함정’에 빠진 김해시장 재선
‘여론조사 함정’에 빠진 김해시장 재선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3.14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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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 위원
 4ㆍ13 총선과 시장ㆍ군수 재선거가 ‘여론조사 함정’에 빠졌다. 여론조사로 선택된 김해시장 재선거 후보의 공천이 전격 취소되고 전략공천으로 후보를 결정하는가 하면,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중앙당에 재심청구서를 내는 등 여론조사 경선을 둘러싼 내홍이 끊이질 않고 있다.

 표본 전체 의견을 묻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통계학에 근거해 시행하는 여론조사는 표본추출 방식 등에 따라 신뢰 수준의 차이를 보이는 등 전수 조사와는 거리가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여론조작’이다.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여론조사가 선거에 악용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와 관련한 공직선거법이 대폭 개정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중앙선관위는 여론조사의 왜곡현상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표본에서 응답률이 낮은 20ㆍ30대 젊은층 비율을 일정 부분 채우도록 했고, 가중값(응답률이 낮은 표본 층의 응답 결과를 몇 배로 보정할지 정하는 수치)의 상하한선을 정했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특정 후보자에게 편향된 DB를 사용하고, 가중값 배율 범위 초과와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분석으로 경북 2곳과 충북 1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혐의가 있는 A 여론조사업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는 올해 A 여론조사업체에서 벌인 여론조사 전체를 분석한 결과 공직선거법 및 선거여론조사 기준을 위반한 혐의를 발견했다. 이 업체는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목표할당사례수 및 인구수 비율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가중값을 변경, 정당과 후보자 지지도에 대한 결괏값이 달라지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민의가 왜곡될 가능성이 큰 여론조사가 이번 선거에서 정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채택된 것은 그동안 당원중심으로 실시한 경선에서 불법이 난무하는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결정 방식에도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이번 김해시장 재선거에서 각 당의 공천자를 여론조사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당원 30%와 일반유권자 70%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통해 5명의 등록 후보 가운데 김성우. 김정권 후보로 압축한 뒤 지난 10ㆍ11일 결선 여론조사를 벌여 김성우 후보를 최종 공천자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 11일 김정권 후보는 “1차 경선에서 10% 가산점을 주고도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났는데도 결선을 강요한 점, 1차 경선 결과를 가나다순으로 발표해 2위 후보가 1위인 것처럼 시민이 인식하도록 한 점, 이를 이용해 2위 후보 측이 1위 후보로 왜곡하도록 문자를 발송하는 등 불공정 경선이 진행됐다”는 요지의 ‘재심 청구서’를 중앙당에 제출했다.

 김정권 후보는 같은 날 김성우 후보를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로 김해시선관위와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정용상 예비후보의 김정권 지지 선언을 ‘밀실야합으로 후보를 매수하는 행태’라고 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전국 최초로 일반 유권자 100%로 안심번호(이용자의 이동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당내경선 등에 사용할 전화번호를 가상의 전화번호 여론조사를 시행한다고 자랑했던 더민주당의 김해시장 재선거 경선도 후보가 교체되는 등 잡음 투성이다.

 허성곤 후보는 지난 5일 더민주 경남도당이 결선 경선에서 공윤권 후보를 김해시장 후보로 선정하자 ‘불공정 경선’이라며 반발했다. 당내에서도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지지하는 역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했고, 더민주당은 지난 11일 허성곤 후보를 김해시장 재선거 후보로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선택된 후보를 원천 무효화시키고 전략공천으로 후보를 결정한 것은 여론조사 경선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새누리당이 어떤 결정을 할지 지켜볼 일이지만 정치개혁이 시급한 우리 실정에 현재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오류를 잡는 일은 중요하다.

 당원을 통한 경선의 폐단과 여론조사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경선 방법을 찾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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