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정치변방 아니라면…
경남, 정치변방 아니라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3.1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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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서울은 복잡다단(複雜多端)하다. 모든 일이 얽히고설켜 갈피를 잡기 어렵고 대형사건ㆍ사고가 터졌다 하면, 서울 발(發)이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게 서울중심에서 비롯됐고 정치권의 막말 또한 진흙탕이고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논점이 변경된 채 떠돌고 있다.

 정치의 본령이 권력투쟁에 있다지만, 변방인 지방은 어림짐작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요동치고 있다. 공천 칼바람이 여의도를 매섭게 휘감고 있는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 버려”,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 버려” 등 욕설ㆍ막말 파문이 보도된 지난 8일, 지방인 변방 경남에서도 안줏감으로 회자됐다. 농담 반 진담 반이겠지만 ‘음주운전이 죄’가 되는지의 여부다. 정치판을 쑥대밭으로 만든 메가톤급 막말인데도 파장축소에 급급한 인상을 받은 변방 도민들의 한 단면이다.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의원이 9일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욕설 녹취록’ 파문과 관련, “취중 실수라면 별것 아닐 수 있다”며 “진상 파악이 우선”이란 보도를 접했다. 또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친구랑 술 먹고 한 말 아닌가”란 일성이 보도된 후, “술 먹으면 다 용서되는 나라”란 게 서울정치권이 변방 경남도민들에게 전해 준 안줏감이었다.

 이후, 당 윤리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친박계가 비박계를 솎아내는 소위 밀실공천을 시도했다면, 윤리위 차원의 제명 같은 것을 통해서 정계 은퇴를 유도하는 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술이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지만, 확인도 않는다. 되레 딴전이지만 변방의 경남도민에게도 눈과 귀가 있고 보고, 듣고, 판단할 줄 안다는 것을 간과한 것에 대한 불신하는 집단 1위가 정치권임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윤상현 국회의원, 그는 충청남도 청양 출신이다.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 새누리당 사무총장(2014년 5월~2014년 7월)을 지낸 실세로 알려졌고 메모 건으로 우리나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고 성완종 회장에 이어 충청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변방에서는 지켜볼 뿐이지만, 이번 사건이 단순한 막말 파문이 아니란 것에 있다. 공천 개입을 통해 당 대표를 낙천시키려 했다는 것이 사안의 본질이고 비박계의 낙천 시나리오가 막말 파문으로 다소 지연되게 됐다는 등 변방에서 떠도는 분위기는 심상찮다. 그래서인지, 12일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울산 울주 강길부 의원은 “국민 공천(公薦)이 아닌 계파 사천(私薦)”이라며 막말 파문의 당사자를 겨냥했다. “친박의 핵심 윤상현 의원은 울주군 공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지율이 가장 높은 현역인 자신을 배제하고 친박 후보 2명만 경선 후보로 포함했다”며 “이는 친박 실세 윤 의원의 개입 때문”이란 주장이다. 친박 성향의 후보에게만 기회를 부여한 게 사실이라면, 정치판의 지역주의를 이용해 ‘내 사람을 심고 보자’는 잘못된 권력욕이다.

 친박, 비박계의 사생결단식 권력투쟁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권부(權府)의 비밀 회동 의혹 등이 변방 술자리의 안줏감이라면, 한심할 따름이다. 정당의 공천은 공정성과 객관성, 독립성이 생명이다. 이 같은 잣대에 비춰볼 때 새누리당 공천은 이미 신뢰와 권위를 상실, 아무리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공천한다 해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의 한편에는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란 지역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이는 동인ㆍ서인ㆍ남인ㆍ북인, 노론ㆍ소론 등으로 짝 갈라져 나라를 망국으로 몰고 간 조선 시대 ‘사색당쟁(四色黨爭)’과 다를 바 없다. 새누리당과 야권은 당내에서 파벌로 갈라지고 쪼개지는 등 사생결단식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이 사색당쟁의 재연이며 오늘날 한국 사회는 친박(親朴) 친이(親李) 친노(親盧) 반노(反盧)가 상대방의 약점에 사정없이 칼을 들이밀면서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정치 혐오와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 “내일 쳐야 돼. 그래서 내가 A형한테다 B형(과 같이) 해가지고 XXX하고 얘기할게”란 발언이 술에 또는 권력에 취한 것인지는 알 바 없지만 비박계 물갈이를 위한 사전기획의 노출이란 변방의 분위기에 섬뜩함을 느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윤상현 녹취록’ 파문에 대해 “지금 말하면 나는 망한다”며 침묵을 지켰다. 그렇다면, 말하지 않으면 누가 망하고 흥하는지, 또 여당공천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군지를 두고 서울중심의 현실에 기죽고 한탄하고 기분 나빠할 게 없다.

 경남(변방)과는 달리, 서울(수도권)의 권력지형은 일방적이지 않다. 경남은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란 텃밭이지만, 여야를 불문, (국회의원) 감이 아니면 걸러내야 한다. ‘로마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의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3ㆍ15, 부마항쟁 등 지난 역사가 말하듯, 경남의 역사는 정치변방이 아니었다. 도민의 생각이 통하는 사회, 주인이 되는 사회를 위해 텃밭의 이변에 호들갑인 지역선거가 아닌, 진짜 4ㆍ13 총선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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