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봄은…
경남의 봄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3.0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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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새누리당 백보드 문구인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카피가 눈에 띈다. 하지만 ‘훅 간다’는 표현의 화끈함과는 달리, 생사가 어른거리는듯해 정말 절묘하다. 살생부(殺生簿)에 이어 여론조사 결과 유출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 백보드가 설치, 더 묘한 콜라보를 연출하고 있다.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 해토머리 끝자락에서 부는 봄바람에 우수와 경칩(驚蟄)도 훅하고 지나갔다. 봄은 자연을 움트게 하고 새 출발의 꿈을 갖게 한다. 하지만 시샘하듯, 부는 찬바람이 삶의 성찰을 요구하지만 기다려 주지 않고 훅 간다.

 봄의 서곡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벌써’란 아쉬움과 함께 봄을 맞았지만 경남의 정치, 경제, 사회는 온통 봄기운이 없는 냉골이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다가오기에 1970년 파장을 일으킨 김지하 시인의 담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ㆍ차관들을 부정부패의 주역이라며 을사오적에 풍자한 오적(五賊)이 번득인다. 작품을 게재한 사상계는 폐간되고, 작가와 편집인 등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등 풍자내용 자체의 논란에도 민(民)은 속이 후련했다.

 경남의 정치권력도, 향토기업도, 국회의원, 지방의원, 공무원들도 갑(甲)질만 해댄다면, 한순간에 훅 간다. 4ㆍ13 총선이 코앞이다. ‘민심이 천심이라 믿었는데, 민심 위에 당심’인 토양 때문에 김해 등을 일부 지역을 제외한다면, 경남은 새누리당 경선=당선이나 다를 바 없다. 1번만 찍어 주니 친박, 진박 타령만 있고 도민과 정책은 없다. 경남의 꼴이 말이 아니란 것이다.

 모두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한순간에 훅 가는데도 그러하다. 경남 출신 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을(乙) 흉내를 낼 뿐, 평소 갑(甲)질을 즐긴다. 또 경남발전을 위해 딱히 도드라진 일을 한 것도 없으면서 번듯하게 애쓴 듯, 의정보고서는 찬양 일색이다.

 그래서 도민들은 말한다. “여당이 너무 독판치듯 하니 되는 게 없다. “매번 낙하산 공천으로 내려보내는 데가 경남”이라면서 “여당도 못하면 끌어내리고 야당도 찍어 줘야 (새누리당이) 경남사람 무서운 줄 알지”란 푸념이다. 이는 민심의 풍향계가 경남도 새누리당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또 경제는 되레 겨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높은 분들이 그럴싸하게 포장한 정책들을 내놓지만 서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팍팍한 삶의 체감경기는 하루가 다르게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몽고식품, (주)무학 등 도내 향토기업 명예회장과 오너들의 갑(甲)질 논란은 도민을 쪽 팔리게 했다. 몽고식품 김만식 전 명예회장(77)의 운전기사 폭행사건이 터진 후, 무학 최위승 명예회장(83) 차남인 최재호 회장(57)도 수행기사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무학은 금품을 요구한 운전기사의 ‘역갑질’이라며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도민들의 여론이 곱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몽고식품은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이 과거의 절반 가까이나 떨어지고 반전 기미도 여의치 않아 “이러다가 큰일 나는 것 아니냐”며 회사 구성원들이 우려하고 있다. 또 무학은 국세청 조사,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추가 손실 우려 등이 겹치면서 주가와 단기 순이익이 하락세이다.

 국세청 조사는 수도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무학의 일부 불공정 영업 행위가 원인이 됐다. 무학이 서울의 대학가와 먹을거리 골목 등에서 한 병을 마시면 한 병을 더 주는 ‘1+1 행사’나 병당 1천원을 할인해 주는 판촉 행위가 주류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 행위란 것이다.

 때문에 경남도민들은 ‘집토끼는 팽개치고 산토끼’만 잡으려는 판촉활동을 매우 못마땅해한다. 부산, 서울에서의 판촉활동과는 달리 경남도민의 향토기업 사랑에도 불구, ‘판촉=NO’여서 불만이 가득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쓴소리도 한두 번이 아니기에 더하다.

 또 향토기업 오너들의 ‘조신(操身)하지 못한 처신’도 시중 안줏거리다. 가업을 이어오지만 소비자(도민)의 사랑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전통에 걸맞은 품격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에서다. 특히, 두 명예회장은 나이와 경륜을 감안할 때, 지역의 ‘어른’이고 ‘원로’대우를 받아야겠지만 현실은 그저, 돈 많은 ‘경남의 유지’ 정도로 비칠 뿐이다. ‘오너 일가’가 각고의 노력으로 일신하지 않는다면, 춘삼월은커녕 엄동설한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 송이 피워 내려고/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나의 오늘…/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3월의 바람입니다’ ‘3월의 바람 속에(이해인)’란 시(詩)는 시련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부유층의 도덕 불감증과 편중된 권력의 갑질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한 경남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도지사, 시장ㆍ군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고급공무원 등 경남의 권력자들도 한방에 훅 가지 않으려면, 향토기업도 전통이 물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춘래사춘(春來似春)의 경남도민 시대가 열리도록 배려하고 봉사하란 주문이다. ‘오적’이 남의 일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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