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양복 선물
맞춤양복 선물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3.02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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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편집위원
 ‘비교해 보세요, 입어 보세요, 차이를 느껴보세요.’

 얼마 전 장성한 아들과 함께 양복을 맞춰 입기로 했다. 아들이 안내한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주)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맞춤양복을 생산하는 곳에 갔다. 어느 도시든 맞춤양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한두 군데 있을 것인데 굳이 서울까지 간 이유는 그 회사의 이념과 사업장의 특이성 때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기성복으로 옷에 내 몸을 맞추면서 바쁘게 살아왔었는데 얼마 만인가? 양복 디자이너가 나와 아들의 치수를 재고, 주로 무슨 활동을 하는지, 어떤 타입을 원하는지, 나이에 따른 스타일을 권하기도 하면서 맞춤의 세계로 이끌었다. 참으로 간만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 옥신각신 양복값을 서로 치르려다 결국 아들이 내민 카드로 결제가 됐다. 아들에게 졸업선물을 하려다가 오히려 선물을 받게 됐지만 한편으론 아들이 대견해 뭉클했다.

 양복점을 이용했던 기억이 났다. 30년 전 결혼식 예복을 당시 마산에서 유명했던 서울양복점에서 하복, 춘추복, 동복 세 벌을 한 번에 맞추었다. 결혼식의 풍습이기도 했지만 최고의 작품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마산에 있는 서울양복점을 찾아봤다. 개업 40주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손길로 맞춤양복을 만드는 서울양복점이 여전히 있음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했다. 요즘처럼 기성복이 판치는 시대에 그때의 양복점이 아직까지 존재함이 반갑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맞춤이라는 말은 조화로움이다. 하늘과 땅의 조화가 있듯이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사이에도 조화로움이 미덕일 것이다. 삶에 중요한 의식주에서 매일 입는 옷도 먹거나 주거하는 것 못지않게 조화로움이 있어야 한다. 입어서 편하고 멋있고 자기다움의 개성이 있고 생활 속에서도 부담이 가지 않는 그런 옷이어야 한다.

 여기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주)아름다운 사람’은 김창환(58) 대표가 1998년 창업 이래 오직 신사복만 만들어 온 신사복전문 생산업체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 ‘아름다운 사람’은 우연히 입사한 청각장애 양복기술자의 성실함과 고도의 기능에 반해 시작한 장애인의 채용을 전체 직원의 4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게 됐고 좀 더 회사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청각장애인의 모임인 ‘청음회’와 지체장애인의 모임인 ‘아름다운 사람들’을 사내에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2008년 9월 장애인고용 우수업체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석탑산업훈장도 수상한 김 대표는 장애인 근로자가 많아서 조직인화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편견과의 싸움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 스스로 장애인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고 휴대폰의 문자나 카톡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장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이 땅을 떠날 때에 이태리 명품 신사복과 같은 옷을 우리 손으로 우리 땅에서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이곳 한 자리에서 20여 년간 맞춤형 양복만을 생산하고 있다.

 명품은 토끼 같은 사람보다 우직하지만 기본을 지키고 성실하며 꾸준한 거북이 같은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 함께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재미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아름다운 옷을 만들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가족처럼 함께 일하는 곳이다.

 맞춤양복의 미덕은 옷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옷을 사람에 맞추는 것이다. 어깨가 처지거나 배가 나오거나 다리가 굵은 사람의 체형에도 나름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한다. 맞춤양복은 기성양복에 비해 편안한 착용감과 자신의 체형과 개성에 딱 맞춰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켜준다. 김 대표는 “정성이야 돈으로 따질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잘 맞는 옷을 입히는 것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자기만의 개성을 찾고 싶은 청년세대, 중후한 멋을 풍기려는 중년세대와 기품이 있는 향기를 느끼게 하는 노년까지 맞춤복은 나이와 체형불문하고 최상의 옷맵시를 살려준다.

 ‘아름다운 사람’에서는 자연과 하이테크놀리지가 하나가 돼 우리 몸과 함께 움직이는 옷으로 최상의 원단과 인체공학적인 패턴,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이 살아있는 ‘LDM’과, 2013년 한국의 예술혼과 장인의 손길이 깃든 ‘PAUL MAJOR NEW YORK’를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 런칭했다.

 (주)아름다운 사람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경험한 40~50대 인재를 찾고 있다. 나이가 많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6개월간 교육비는 무료이고 소정의 교통비도 제공하면서 양복기술교육과정을 통해 개인맞춤재단전문가(custom tailor specialist)를 양성하고 있다. 교육수료 후에는 국내 유명백화점, 대형 유통점에 책임자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로움이라는 사명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터전에서 귀한 맞춤양복을 선물한 아들, 고맙다. 그리고 장애인 직원을 가족으로 회사의 주체로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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