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명함도 내밀지 말란 말인가
지방은 명함도 내밀지 말란 말인가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2.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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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인천 한 곳으로 결정 난 정부 복합리조트 선정 결과는 수도권 이기주의가 단순한 이기주의를 넘어 체계화, 구조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영종도 제2국제업무지구에 투자하겠다고 한 인스파이어 IR을 복합리조트사업자로 선정한 이유는 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투자역량과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다수 복합리조트를 운영 중인 모히건과 국내 대기업 KCC가 공동출자한 인스파이어 IR은 확실히 진해에 투자하겠다고 한 비와이월드보다는 투자의 신뢰성이나 운영 의지 면에서 보다 믿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바이와월드가 뒤늦게 자격요건을 갖춘 점도 투자능력이나 투자의지가 있느냐는 의심을 살만 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처음부터 지방이 이길 수 없는 출발선부터가 다른 불공정한 게임이었다. 한류관광의 중심지 서울과 거대 인구의 수도권을 끼고 있는데다 영종도라는 최첨단 신도시, 인천국제공항, 2곳의 기존 외국인 전용 카지노사업이 진행 중인 인천을 따돌리고 서울사람들이 말하는 진해와 여수같은 지방의 촌이 이 사업을 가져갈 것이라고는 적어도 수도권 사람들은 생각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논리를 걱정했을 뿐이다. 결과가 발표되자 수도권에서 그럴 줄 이미 알았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말을 아껴왔지만 지방사람들도 알 것은 안다. 비록 부산과 창원을 중심으로 하는 1천만 배후 인구를 가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웅동 글로벌테마파크는 아직 주변에 이렇다 할 관광인프라가 없다. 영종도가 라스베이거스라면 진해는 사막에 가깝다. 이런 곳에 수조 원을 투자할 투자자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경남도가 투자자를 찾다 찾다 부영그룹에 구조신호를 보내 비와이월드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복합리조트 1차 대상지로 꼽힌 9곳 중 지난해 11월 27일 마감시한까지 RFP(투자계획 제안요청서)를 제출한 곳은 인천 4곳과 여수, 창원 등 총 6개 업체고 그중에서도 자격요건을 충족한 곳은 인천 2곳과 창원 등 3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진해는 투자금액(5억 달러 이상)의 10% 이상 사전 납입 관련서류를 한 달 가량 늦게 제출하고 복합리조트사업과 무관한 1만4천500세대의 아파트건설계획까지 끼워 넣었다. 수도권사람들의 눈에는 비와이월드의 사업의지를 의심하고도 남을 만 했다. 어쩌면 탈락을 자초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투자환경과 투자능력만 갖고 정부공모사업을 판단한다면 이번 복합리조트 공모사업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도권 독식체제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도시에 호텔을 짓지 시골에 호텔을 지을 사람은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적어도 민간투자로 진행되는 정부공모사업에는 지방은 명함도 못 내밀지 모른다.

 이번 복합리조트 공모는 관광서비스산업과 투자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으나 결과는 투자가 수월한 곳만 선정됐다. 이번 선정결과가 투자환경이 어려운 곳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 남해안의 수려한 경관과 지리산권의 내륙을 묶는 남해안권 관광벨트 육성은 정부 도움 없이 너희들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면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경남도 자성해야 한다. 경남은 2010년 들어 5조 2천억 원 짜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을 비롯해 창원과학기술원, 국방신뢰성 시험센터 유치에 이어 또 한 번 국책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사업을 유치할 때 경남의 핵심무기는 지역균형발전 논리였다. 이번 복합리조트사업 공모결과는 지역균형발전 논리로는 턱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새로운 접근법 개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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