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내다보는 일꾼 필요하다
미래 내다보는 일꾼 필요하다
  • 안명영
  • 승인 2016.02.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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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명영 명신고등학교장
 곧 총선이 있을 예정이라 지상이나 영상매체에서 많은 출마자들을 알리고 있다. 능력 있는 일꾼으로 인정받고자 ‘전(前)’으로 시작되는 경력이 즐비하게 나열된다. 경력이란 지금까지 겪거나 거쳐 온 직업 또는 학력 따위의 일을 나타내는 말로써 지나간 시절과 연관이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앞 전(前)’자를 접두사로 사용할까. ‘전 국회의원’이란 경력을 가진 출마자는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에 그 직함을 가졌다는 것이며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다.

 로켓 등의 발사 시점을 0으로 보고 수를 거꾸로 세어 나가는 카운트다운과 유사하게 ‘기상 10분 전, 식사 집합 10분, 취침 10분 전…’이라는 전달이 떨어지면 10분 동안에 잠을 깨어 일어나고 식판과 숟가락을 챙기며 침구를 펴고 꿈나라로 날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발령자는 시계를 보면서 계속 세부 상황을 하달한다. 이는 10분이 지난 시점에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라는 준비 시간을 주는 것이다. 훈련병으로서 무수히 반복 체험을 했을 것이다.

 시간은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지만 흘러가고 있다. 장병들은 국방부 시계도 간다는 명제를 믿어 제대 날짜가 온다는 확신을 갖고 군 복무를 하다가 마침내 그날에 군문을 나서게 된다. 관점에 따라 시간을 간다. 또는 온다고 한다. 사람은 간접적이지만 시간을 보고자 시계를 발명했다. 오랫동안 세상을 재단했던 시계는 중심에서 전후좌우 또는 상하좌우로 눈금에 숫자를 12, 6, 9, 3으로 하고 사이에 2개씩의 눈금을 새겨 시ㆍ분ㆍ초침으로 크기를 가리키게 했다. 시계바늘은 12에서 1로 넘어가는 것을 제외하고 점차 큰 숫자로 나아간다.

 시침이 12(0시)를 두 번째 도달시점을 기준으로 어제와 오늘로 구분되는데 어제는 지나간 시간이라 과거이고 오늘은 현재가 된다. 그런데 과거를 전(前), 현재를 후(後)라는 말로 구분하고 있다. 이는 시계의 시간을 보고 구분한 게 아니겠는가.

 깊은 밤 오동잎이 뜰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가을이 왔음을 알겠다고 했다. 가을이 온다는 말은 시간이 현재로 온다는 의미이다. 오래된 말 속에는 정제된 의미가 담겨있다. 왜냐하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삭제되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것을 시간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 이큐(一休)선사는 ‘벚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 그 속엔 벚꽃이 없다./그러나 보라. 봄이 되면 / 얼마나 많은 벚꽃들이 피는가.’

 시간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탐구 결과로 많은 용어를 생산하게 됐다. 그러나 그 속에는 아직 보편타당한 말은 없다. 시계로 읽는 시간은 시계바늘이 큰 숫자로 이동해 미래로 간다고 한다. 그런데 봄이 오고 가을이 온다고 하니 시간은 과거로 가는 것으로 시계 바늘이 반대로 운동하는 것이며 설혹 시계를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자연의 시간을 인간이 조정할 수 있겠는가.

 열하일기에서 박지원은 “눈이란 그 밝은 것을 자랑할 것이 못 된다. 오늘 요술을 구경하는데도 요술쟁이가 눈속임을 해서 속는 것도 아니라 사실은 보는 자가 제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고 했다. 기막힌 요술이지만 봉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봉사는 보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봉사는 늙지 않는 사람인가! 시계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 시간은 정지하지 않는다. 눈으로 관찰한 시간은 진정한 시간이 아닌 것이다. 시간은 진면목을 감추고 가끔씩 옆얼굴을 보여주는데 그 얼굴을 진짜로 여기고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살다 보면 인생살이는 과거는 점점 커지고 미래는 작아져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인생을 배에 올랐다가 내리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 멀찍이 서서 시간이라는 배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운행하는 존재로서 관점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시간을 뒤로 돌릴 수 없는바, 과거는 후로 돌리고 앞을 내다보는 일꾼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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