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5:55 (수)
후보자는 상품, 유권자는 고객
후보자는 상품, 유권자는 고객
  • 신은희
  • 승인 2016.02.18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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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ㆍ인경연구소장 가야대학교 겸임교수
 “난 정치에는 관심 없어요.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무슨 정치요?”, “난 투표 안 해요. 아무리 봐도 뽑아 줄 후보가 없어서 그날 멀리 놀러나 갈 겁니다.” 이제 이런 말들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굳이 누구라 할 것 없이 흔하게 들을 수 있어서 이상하지도 않다. 그만큼 정치가 우리에게 흥미와 관심은커녕 실망과 불신을 심어 준 결과라 하겠다.

 그런데, 이처럼 먹고 살기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믿을 만한 후보자가 없다고 해서 투표를 하지 않고도 그저 자신의 일상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만 한다면 그 이후의 삶은 나아지는 것일까? 정치에 무관심한 채로 무작정 땀 흘리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먹고살기 안 바빠지고 여유 있게 되며, 점점 더 내가 원하는 세상이 만들어질까?

 요즈음 ‘정치 마케팅’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마케팅이란 공급자가 수요자의 요구를 미리 예측하고 파악 해 구매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실제 판매가 이뤄지도록 기울이는 모든 노력이다. 그래서 기업은 고객이 그 상품을 구매하게 되면 지불 한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최근 마케팅의 개념이다.

 이를 정치에 비유하자면, 정치를 하는 정당은 기업이고, 그 정당의 후보자는 상품이며, 선거는 시장이요, 유권자는 고객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이 선거시장에서 지불하는 화폐는 ‘투표권’이라는 일종의 ‘코인’이며, 이 코인을 사기 위해 엄청난 돈을 간접적으로 지불한다. 즉, 각종 형태의 세금이 모두 이 투표권을 사기 위한 막대한 비용인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투표를 통해 선출 된 정치인들이 만드는 법과 규정의 틀 안에서 유권자의 삶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표는 ‘나 대신 내가 살아갈 이 사회에서 필요한 법과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후보자에게 권리를 이양하는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즉, 선거이후에는 내가 사는 사회의 주도권이 당선자의 생각과 판단, 그의 손에 달려있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그 틀을 벗어나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사용하게 될 상품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무관심과 내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고액의 비용으로 구매해 내가 사용하게 될 상품선택에 대한 권리포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마치 내가 내 돈 주고 사서 내가 사용할 상품인데,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내 지갑을 열어 내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그들이 필요로 하고, 선호하는 상품을 구매 해 주는 격이다.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그러므로 고객인 유권자는 상품인 후보자를 선택할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어느 기업의 어떤 상품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올바른 기업인지, 올바른 상품인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구매 후 그 상품이 내가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비교해봐야 한다. 우리는 종종 억지로 상품을 구매한 후, 손해를 보거나 골머리를 앓으며 심지어 고통을 겪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이전에 이용했던 기업의 상품이어서 습관적으로 또는 나와의 어떤 연관성, 예를 들면 혈연, 학연, 지연, 이권 등에 얽혀 무턱대고 구매하거나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경우다. 그러나 후보자라는 상품의 구매과정은 그래서는 안 된다. 더구나 선거시장에서 구매한 상품은 구매 후 유권자가 필요치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교환이나 환불은커녕 A/S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봐야 한다.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 한다. 자칫 불량기업이나 불량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나 현란한 광고로 고객을 속이고 현혹시켜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면면히 살펴 서로 비교해 보자. 그래도 ‘최고의 상품’이 없다면 ‘차선의 상품’이라도 직접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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