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사이렌이 울릴 때
119 사이렌이 울릴 때
  • 김금옥
  • 승인 2016.02.17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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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옥 김해삼계중학교 교장
 1월의 초입, 그날의 시작은 꽤나 행복했다. 방학을 이용하여 남편과 통영에서 1박 2일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자태가 수려한 소나무들이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숲을 이루고 있는 언덕배기에 숙소를 정했다. 소나무 숲 사이를 서성대는 바람, 바다 위로 저물어 퍼지던 가슴이 얼얼하도록 붉은 노을, 창밖의 어둠을 걷어내고 세수를 마친 어린아이 얼굴처럼 말갛게 떠오르던 아침 해… 차갑고 청정한 물빛은 멀고 먼 포르투갈 끝자락, 호카곶에서 바라본 대서양의 물빛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비행기 타고 멀리멀리 가지 않아도 좋았던 것이다. 동피랑 마을의 벽화도 보고 박경리 문학관을 찾아가 시도 읽고 동백꽃 핀 길을 따라 산책도 했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먹거리는 싱싱하고 값도 싸서 간단한 한 끼 식사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흡족한 시간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산 입구를 들어서는데 남편이 갑자기 “119 불러! 빨리!”하면서 차를 도로변에 세우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필자를 향해 “너무 추워! 숨이 쉬어지질 않아. 빨리!”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는 손이 떨렸다. 다행히 119는 금방 달려왔다. 남편의 얼굴에 산소마스크가 씌워졌고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면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앰뷸런스가 올 때까지, 그 짧은 시간이 필자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졌다. 심폐소생술을 배웠는데 정확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상황이 그것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을 때, 좀 더 집중해서 숙지하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무섭도록 창백한 얼굴로 아예 드러누워 버린 남편과 앰뷸런스가 달려오길 기다리는 길 사이에 서서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가 한 치도 되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극적인 상황이 내게도 일어난 것이다. 간만에 여유를 부리다가 무방비로 야수에게 습격을 당한 느낌이었다. 다행히 앰뷸런스는 사이렌을 울리면서 번개처럼 나타났다. 대원들은 놀란 필자까지 위로하면서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해 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아, 이것이 내가 세금을 낸 이유였구나. 국가의 기능이 정확하게 작동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음에 안도하고 감사했다.

 119의 빠른 조치 덕분에 남편은 정상상태를 되찾았고, 밤이 이슥해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로소 가슴 압박이나 기도 열기, 인공호흡 등 심폐소생술에 대한 기본적인 단어가 떠올랐다. 두 손을 포개어 손바닥으로 분당 100~120회 속도와 5~6㎝ 깊이로 강하게 가슴 압박을 해야 한다는 말도 생각났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불빛들이 따스해 보였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개학을 하면 교직원들에게 필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올해 다시 한 번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게 할 생각이다. 학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심정지는 거의 60%가 가정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 극적인 상황이 생겨나면 생명은 초를 다툰다고 하니, 우리의 삶 매 순간이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이제 밤의 정적을 깨우는 소방차나 앰뷸런스의 다급한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안도한다. 불길하게 여겨졌던 그 소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구조의 깃발을 흔드는 이들을 향해 보내는 생명의 신호였던 것이다. 차가운 겨울밤, 도도히 흐르는 도시를 홍해처럼 가르며 달려가는 강건한 119대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갈채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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