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수행 필요한 리더들
묵언수행 필요한 리더들
  • 김혜란
  • 승인 2016.02.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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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한 일주일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말을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한국에서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큰 혼란이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 곧 글을 써서 서로 의사를 표현할 것이다. 몸을 움직여서 의사를 전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말이 얼마나 소중한 삶의 도구였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한 번 생각하고 내뱉을 말을 몇 번씩 다시 생각해서 쓰고 표현할 것 같다. 자신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만을 생각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허망하게 만드는지도 깨달을 것 같다.

 요즘 멀쩡한 사람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허언 내지는 충격적인 말을 한다. 모두 국가의 지도급 인사들이라 어안이 벙벙하다. 늘 점잖고 지혜롭게 국민의 삶에 대해 조언하고 대책을 내놓던 입들이라, 듣는 국민들을 ‘이게 뭐지?’ 하는 황망한 생각만 들 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선하고 너그럽다.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이 언론이나 국회, 혹은 대중매체를 통해 말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 열심히 생각도 해 보고 열띤 토론도 한다. 그만큼 미우나 고우나 그들을 믿고 의지한다. 또 국민이 땀 흘려서 낸 세금으로 그들의 지혜와 정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내 돈으로 지원하는 그들의 말을 내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 주겠는가 하는 생각도 있다. 웬만해서는 배신도 하지 않는다. 평생 그들이 속한 당의 정책을 밀어주며 당에서 내놓은 각종 선거의 후보들의 말도 의심 없이 믿어준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고 우리 삶을 위한 일이라고 기꺼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를 쏘아 올리고 우리의 대통령은 민족통일의 소통 상징이던 개성공단을 전면 문 닫도록 명령했다. 손해 볼 경제적 가치는 차치하고 수십 년 동안 희망 가지고 지켜봤던 남북의 연결고리를 우리 손으로 잘라 버리는 상황 앞에 망연자실했다. 그래도 국민들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한 데는 뭔가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관계자들의 입만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너무하다. 아직 연로하다고 판단하기 힘든 고매한 학식과 인격을 가졌다던 어른도 이웃집 김 서방이 홧김에 말하듯이 허언을 내뱉는다. 또 그런 그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도와주거나 바로 잡아줄 거라고 믿었던 싶은 사람이 완전히 그의 말을 땅바닥에 패대기치듯 뒤집는다. 평소에 작은 사안에도 종종거리며 폭언을 쏟아내던 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우리에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어이없다.

 해당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이유로 북핵 제조에 달러를 제공했다며 자료도 갖고 있다는 말을 하고 번복하는 과정에서, 평소에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발언을 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그의 말은 자신이 내뱉고 싶었던 말이 아닌 듯하다. 대통령이 국회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조치라며 말했지만, 그렇다 해도 장관의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결국 자신의 입으로 한 말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를 말하지만, 한쪽에서는 이미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 원인인 핵을 우리도 보유해야 한다고 대책도 없는 말을 쏟아냈다. 불안한 국민들 걱정은 안중에 없다. 동네 술집에서 그런 말을 해도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해야 눈 흘김 당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을 말이다. 당대표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무시한다.

 언론에서는 대부분의 패널들이 미국 눈치 보랴, 중국 눈치 보랴, 정권의 실세 눈치 보랴 눈치 대마왕 짓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자신의 행로에 이해관계를 쥐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말을 한다. 정의로운 말을 하는 듯 하지만 자신의 이해가 먼저이다. 그들의 말도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는 사실만 믿어질 뿐이다.

 불교수행법 중에 ‘묵언수행’이 있다. ‘묵언수행’은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말만 하고 안 해도 될 말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상대의 말보다 그 마음을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의 말도 꼭 필요하거나 진언에 가까운 말만 하게 된다고 한다. 참는 것이 아니라 말하려는 마음을 다스려 다시 생각하고 성찰해서 하라는 것이다.

 속세에서도 ‘묵언수행’하듯 말해야 할 리더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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