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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예산만 달라고 큰 소리 친다면…
교육계, 예산만 달라고 큰 소리 친다면…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2.14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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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교육계는 혼란을 이유로 버티려 한다. 툭 하면 이를 방패로 삼는다. 학제개편이든, 교육감 직선제 폐지든 교육계에 변화의 물결이 출렁일 때면 ‘혼란을 초래 한다’는 것이 명제(命題)였다. 하지만 오는 4ㆍ13 총선 후는 변화를 요구하는 그 바람이 매우 거셀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직선제 후 무상급식과 누리 등 사사건건 지자체 또는 정부와 충돌, 교육감파워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물론, 교육계는 혼란을 전제로 하지만 스크랩을 짜듯 영역을 지키겠다는 듯하다. 그런데 경남도민들은 피곤해한다. 직선교육감 선출 후부터 쭉 그랬다.

 무상급식비를 더 달라는 교육감과 더는 못 주겠다는 단체장과의 설전은 매년 이어지고 보수진보로 갈라진 도의원들로 본회의장은 들썩였고 예산을 편성할 때면, 난리 통이다.

 광역단체가, 도의회가 호통치듯 했지만 결론은 급식비를 지원했다. 도정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가 교육감 직선제 후 그렇게 휘둘렸다.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한 탓도 있겠지만….

 정치인은 교육감이 될 수 없는데 교육감은 무단횡단이 가능한 것도 문제다. 교육과 학예에 관한 한 절대적이며 실제 권한은 교육 소(小)통령이다. 이는 헌법 제31조 4항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자는 취지일 따름이다. 하지만 그들이 갖는 대표성이 되레 교육계를 오염시킨 사례가 허다하지만 제한조치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 90일 전 사퇴’가 전부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으로 건너뛰려는 경우가 잦고 2014년 전국 교육감 17명 중 8명이 인사 등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교육자집단은 사표(師表)가 돼야 함에도 적폐(積弊)가 끊이질 않고 이어지는 것은 교육감의 제왕적 권한에 기인한다.

 그 당시, 교육감 선거비용은 서울의 경우 38억 5천700만 원, 경기가 40억 7천300만 원, 경남이 17억 9천100만 원이었다. 평생 교직에 몸담은 사람으로서는 선거비용도 만만찮다. 과도한 선거비용 부담은 부정선거의 빌미를 제공하고, 교육감 당선 후에도 특정 진영의 논리에 휘둘리거나 논공행상씩 인사 전횡이 상존했었고 벌써 차기 선거를 겨냥한 말이 나돌 정도다.

 경남의 경우는 무상급식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한 공개선언은 허언일 뿐, 교육청이 요구하는 대로 주지 않을 경우 한 푼도 안 받겠다고 되레 큰소리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문제로 정부와 한 치 양보 없는 벼랑에 섰다. 물론, 직선교육감이 중심에 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직선교육감 시대에 무상급식, 누리과정 예산 편성문제는 학부모와 유치원장들을 볼모로 잡아 교육을 버리고 표(票)만 쫓는 직선교육감제의 현실을 볼 수 있다.

 그 사이 학교와 학생은 뒤로 밀려났고 아동학대에다 청렴도는 떨어졌지만 교육감이란 ‘직선 권력’은 사과도 없다. 이를 예견한 게 직선제 폐지였다. 지난 2010년 10월 6일 진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 시ㆍ도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3차 정기회의 당시 ‘선진 지방분권국가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채택,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했다. 시ㆍ도지사들은 “현재 교육자치는 교육자 자치로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진정한 교육자치를 위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지방교육청을 지방정부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협의회는 “시ㆍ도지사와 교육감이 다른 정책이나 노선을 내세워 교육 수요자인 주민에게 혼란을 초래, 직선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정부와도 대척점에 있다.

 그 후 공론화돼 교육감 임명제와 단체장 러닝메이트제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자 2014년 1월 19일. 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회장 고영진 경남교육감)는 “오는 6월 4일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는 직선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선거제도 변경은 교육계의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 교육계의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학제개편도 마찬가지다. “만혼 추세와 스펙 쌓기로 직장생활의 입직 연령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저출산의 한 원인이므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를 한 살 앞당기고 초등학교는 5년제로 중학교는 2년제로 줄이자…” 새누리당이 지난해 제안한 내용이다. 직선교육감이 내세운 혼란이 정부와 지자체에 있다는 주장하지만 변화를 거부한다면 여론도 급변한다.

 2011년 교육감 직선제폐지 찬성 45.0%, 반대 28.0%, 무응답 27.0%에서 4년 후 직선제 찬성 42.6%, 임명제 19.3%, 러닝메이트 14.4%로 ‘폐지해야 할 제도’에서 ‘존치해야 할 제도’로 변했다. 하지만 토론회마다 직선제 폐지가 거론되고 무상급식과 누리예산 파국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교육행정이 교육정치로 변질되고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주장에 우선하려는 직선 교육감들 때문이다.

 4ㆍ13 총선 후 직선제는 변곡점이 될 것 같다. 따라서 교육감직선제가 구(舊)시대의 정책으로 기록되기 전에 환골탈태,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위한 교육행정에 우선하길 기대한다. 마냥 돈(예산)만 달라고 큰소리만 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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