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과 인향만리
명절증후군과 인향만리
  • 원종하
  • 승인 2016.02.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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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요 꿈 학교 대표
 설이 지났으니 이제 진짜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설 연휴가 길어 차량이 조금은 분산돼 오고가는 길이 여유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 문제는 늘 좋을 때 찾아온다. 우리의 생활에서도 상쇄효과(Trade Off) 가 적용된다.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 한 사람이 좋으면 한 사람은 힘들다. 그래서 결국은 제로가 된다. 설을 맞아 친지 방문과 음식준비, 설거지 등 힘든 일도 많아진다. 뿐만 아니라 시댁식구나 처가식구 등 신경 써야 할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부부간 조율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자칫 잘못하면 사소한 일들이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자 손녀들이 오면 반갑지만 가면 더 반갑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던 다양한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 모이게 되면 없던 문제도 발생한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금기된 질문을 던지다 보면 관계가 피곤해지기 쉽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보낸 직후 서로의 입장 차로 인한 불화로 법원에 협의 이혼을 신청하는 건수가 평소보다 많아진다고 하니 명절을 잘 보내야 한다. 평소의 스트레스가 명절을 거치면서 표출되고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명절 증후군’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가족(家族)은 일차적으로 경제적인 기능을 하거나 노동세계의 압박으로부터 마음의 휴식을 안겨주는 최초의 사회집단이다. 그리고 그 가족만의 내적인 사랑의 문화와 태도, 습관을 담은 그 가족의 사회적 자본은 다음세대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산업 혁명을 지나면서 이러한 생활양식은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가족 구성원이 선택권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희박했기에 서로의 다른 면모도 수용할 수 있었고, 마치 서로를 자기 자신인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로 각 가족 구성원은 스스로 일자리를 구해야 했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했기에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개인적인 선택을 중시하는 가족의 생활상이 시작 됐고 요즘에 와서 정점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 가족의 개념이 의무보다는 선택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소득을 개인의 소유로 여기며, 혼자 음식을 먹고, 따로따로 텔레비전을 보거나 각각 다른 방에서 컴퓨터를 하면서 거의 전적으로 가정생활을 개인의 삶으로 경험한다. 더 이상 생존을 위해 가족 구성원들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한 공간 속에 있어도 사람들은 편안하게 따로 떨어져서 외딴 섬에 있는 듯 한 행동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정은 이제 우리가 처한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조건에 따라 재구성돼 가고 있다. 오랜 인간의 역사 가운데 집단 활동으로 존재해 왔던 가족이 이제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자신만의 집에서 어우러지는 사적활동이 된 것이다. 이전에 비해 가정에서 남녀평등이 이뤄졌다고는 하나 여성은 남성들보다는 많은 자기희생과 의무감, 그리고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가 없다. 특히 맞벌이의 경우에는 자신의 욕구와 자녀의 필요 사이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가족끼리라도 정서적으로 다가가고 친밀해지기 위한 정성과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관계자체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가족도 서로 관계하고 이해하기기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오래 만에 한자리에 모인 사촌 등 친척과는 더욱 더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명절이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병의 원인까지 돼 가는 세태를 볼 때 조금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인향만리(人香萬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의미처럼 인품의 향기가 넘치는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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