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2:19 (금)
인천공항 사태와 두 전직 사장
인천공항 사태와 두 전직 사장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6.01.31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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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2005년 이후 세계공항서비스(ASQ) 평가에서 10년간 세계 1위를 지켜온 인천공항에서 믿기 어려운 일들이 연속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3일 대규모 수하물 지연사태가 빚어지더니 21일에는 중국인 환승객 부부가 공항 면세구역을 뚫고 밀입국했고, 29일에는 베트남 환승객이 보안검색망을 뚫고 또다시 국내로 밀입국했다.

 수하물 지연사태의 원인은 수하물 운송 라인의 모터 고장에 이은 초동조치 미흡에 있었다. 초동 조치의 미흡을 틈타 수하물 적체가 최초 발생지점인 탑승동 동쪽뿐 아니라 여객터미널 동쪽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비상조치는 무려 7시간 30분 후에야 이뤄졌다. 이로 인해 160여 편의 운항이 지연됐다. 사태가 이런데도 인천공항공사는 거짓말까지 했다. 당시 공항 이용객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점이 수하물 정체의 원인이라고 강변했지만 합동조사결과 사고 당일 시간당 최대 수하물 투입 물량은 7천500개로 최대 용량인 시간당 1만4천400개에 훨씬 못 미쳤다. 일상 오류에 대한 처리 미흡, 현장 근무자에 대한 관리ㆍ감독 및 업무처리 소홀, 상황판단 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베트남인 밀입국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인천으로 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탈 환승객이었으나 입국장으로 들어온 뒤 출국장으로 가지 않고 자동입국심사대의 문을 강제로 열고 공항 밖으로 도주했다. 입국심사대로 와서 공항 밖으로 도주를 하는데 불과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보안등급시설이 2분 만에 베트남 20대 남성에 의해서 뚫린 것이다.

 역시 환승객 신분인 중국인 남녀는 반대로 출국장을 통해 빠져나갔다. 인천 나리타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와 베이징으로 가는 환승객이었으나 출국심사장 문을 뜯고 밖으로 도주했다. 닫혀 있어야 할 면세구역의 문과 출국심사대 옆 직원 출입문은 다가서자 저절로 열렸고, 마지막 잠금장치가 있는 문은 보안요원이 있는데도 간단하게 잠금장치를 뜯어내고 달아났다. 국토교통부에서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은지 불과 8일 만에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IS 추종세력이 있는 국내에서 이 같은 허술한 공항 보안으로는 테러범 잡입을 막아내는 것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총체적 보안 난맥상을 보여준 인천공항사태는 수장의 장기공백으로 인한 근무기강 해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창수 전 사장은 2014년 강원도지사 선거를 위해, 후임 박완수 사장도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2015년 임기 중 자리를 떴다. 수장이 연거푸 선거출마를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판에 근무기강이 설 리가 없다. 박완수 전 사장은 사장으로 있으면서도 총선이 가까워 지자 지난해 주말이면 창원을 찾아 선거구 이곳저곳을 누볐다.

 정치인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본연의 소임은 다해야 한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소임에 충실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구멍이 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 세계적 웃음거리가 된 인천공항사태는 두 전직 사장의 외도가 빚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박완수 전 사장은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갈 때부터 지역에서는 총선출마를 예상했다. 예상대로 총선에 출마한 박 전 사장은 결과적으로는 경력관리를 위해 막중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이용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당연히 인천공항사태에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입을 다물고 있기에는 사태가 너무나 막중하다. 최소한의 사과는 필요하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강원지사 선거에 실패한 정창수 전 사장의 다음 행보다. 국토교통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지난해 8월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선거에 출마한다고 막중한 자리를 마음대로 내팽개쳐도 승승장구했다. 억세게 좋은 관운으로 치부하기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대한민국에 그렇게 인물이 없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한때 독주하던 인천공항이 일본과 중국의 맹추격으로 동북아 허브공항의 위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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