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1:05 (수)
엽기적 살인과 분노 조절 방법
엽기적 살인과 분노 조절 방법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6.01.28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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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구 사회부 기자
 최근 도내에서 상식범위를 벗어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창원에서 빌린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선배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또 김해에서 식탁 의자에 피해자를 묶어두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범죄자가 면식범이란 것에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8월 공개한 ‘2014년 범죄 통계’에 따르면 같은해 447건의 살인기수 사건이 발생했고 이 중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직장동료, 친구, 애인, 동거친족, 기타친족, 거래상대방, 이웃, 지인 등인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살인의 대부분이 서로 알고 지낸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묻지마 살인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의미다. 친밀한 관계 혹은 최소한 얼굴을 알고 지낸 사이에서 대부분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살인 사건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채무 관계 때문에 선배를 살해한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면 답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6년 전 몸에 문신을 새겨주면서 서로 알게 돼 막역한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서 한 장 없이 2억 원의 돈을 빌려주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서로 친분을 유지하며 신뢰를 쌓아갔지만 돈이 오가면서 이들의 관계는 변질됐다. 대등한 관계에서 상하관계로 전환된 것이다. 이 때문에 채무자가 채권에게 느끼는 압박, 수치심, 자격지심 등은 클 수밖에 없다.

 급기야 채무자는 스스로 정해 놓은 인격적 대우의 범위 보다 훨씬 밑도는 대우를 받게 된다. 여기서 채무자는 믿었던 채권자에게 ‘분노’를 느끼게 되고 이는 살인까지 이어진다. 이들이 단순히 채무만을 위한 사이였다면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분노를 조절하거나 혹은 상대방을 분노케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일부 살인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노는 통상 두 가지로 나눠 성명할 수 있다. 먼저 anger라고 부르는 분노는 분노표출, 분노억제, 분노통제를 통해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하다. 단계별로 살펴보자면 분노표출은 문을 세게 닫거나, 물건을 부수 등 행동으로 분노의 감정을 신체적, 언어적으로 외형화시키는 단계다. 분노억제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분노의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고 속으로 불만을 가지며, 남들이 모르게 토라지거나,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흉을 보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분노조절은 분노를 경험하고 있는 스스로의 상태를 지각하고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등의 여러 가지 책략을 구사해 분노표현을 조절하는 것이다. 대게 분노 표출과 분노 억제는 역기능적인 방식으로 분노조절은 기능적인 방식이다.

 분노 표출과 분노 억제는 또 다른 분노인 rage에 비하면 비교적 소극적인 분노에 속한다. 앞서 말했듯이 anger는 기능적 방식으로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rage는 그 보다 훨씬 극심한 분노로 조절이 거의 불가능하다. 살인 사건의 대부분이 이 rage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속으로 불만을 가지 분노억제는 rage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통상 anger를 조절하는 방법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야구장에 간다거나, 음악을 듣는 등 각자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rage는 애초에 컨트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이 감정을 느끼지 않게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걸음이 상대방의 인격적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다. 최근 일어나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들을 보면 이 영역을 침범당해 범죄자가 느꼈을 rage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먼저 친한 관계에서는 되도록이면 채무 관계를 피해야하고 불가피하게 돈을 빌려줄 경우 계약서를 쓰는 등의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채권자로서 채무자를 대할 때 태도가 중요시 되는 것이다. 채무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로가 이 영역을 지켜나갈 때 그나마 우리사회에 살인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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