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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곤 씨, 민주화 투사인가요?
김맹곤 씨, 민주화 투사인가요?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1.28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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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부국장
 아웅 산 수지, 코라손 아키노, 박근혜. 부모 또는 남편의 유지를 위해 정치에 입문한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들이다.

 미얀마의 국민적 영웅 아웅 산 장군은 1886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던 조국을 독립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독립 2년 만에 정적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의 딸 아웅 산 수지는 민중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야당세력을 망라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을 창설하고, 2012년 4월 1일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그녀가 이끄는 NLD는 군부 의석을 합해 총 657석인 상하원 의석 중 59%를 확보해 대통령을 배출하고,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미얀마는 군부 지배를 종식하고 오는 2~3월 NLD가 배출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실질적인 문민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한다.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 아웅 산 수지는 2013년 1월 31일,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 헌화ㆍ참배했으며,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해 광주시로부터 명예 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1933년 1월 25일 마닐라에서 출생한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Corazon Aquino)는 1972년 상원의원이던 남편이 대통령 F.E.마르코스에 의해 투옥되자, 8년간 옥바라지를 하면서 남편과 야당지도자 간의 교량 역할을 통해 정치를 배웠다. 1983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미국 망명을 마치고 마닐라에 도착한 남편이 공항에서 암살되자 그녀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정치가로 변신, 반(反)마르코스 대열에 가담했다.

 1985년 막강한 라우렐을 제치고 야당의 단일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면서 반마르코스 열풍을 일으켰지만, 마르코스의 조작으로 1986년 2월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후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 일부의 군부세력과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 2월 25일 야당 국회의원들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포됐다. 퇴임 후 국제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여, 2001년 8월 충남 아산시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결장암으로 투병해오다 76세를 일기로 2009년 8월 1일 타계했다.

 가족을 대신해 정치를 시작한 세계적인 여성에 포함되는 박근혜 대통령도 부모의 억울한 죽음이 그녀를 정치에 입문토록 했다. 봉건주의가 뿌리 깊은 우리나라는 30~40여 년 전만 해도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의 누나도 “여자가 공부해서 뭐하나”라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로 중학교를 중퇴했다. 이런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짧은 기간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김맹곤 전 김해시장의 부인인 정구선 씨의 김해시장 재선거 출마설이 돌자 지역에서는 그녀를 위 세 여인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언론을 통해 정씨의 출마설을 접한 한 시민은 “김맹곤 씨가 자신이 민주화 투사인 줄 착각하나? 김해시정을 파탄 내고 막대한 김해시민의 혈세로 재선거까지 하게 만든 장본인이 부인의 출마를 거론한다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도당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김 전 시장이 억울한 심정에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설명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엇이 억울하단 말인지. 김 전 시장이 시민과 국가, 지역을 위해 일하다가 억울하게 시장직에서 물러났다면 시민들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부인의 출마를 고민할 정도로 억울하다면 그 기준은 김해시민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 시장직에서 쫓겨난 일이 자신과 주변 극소수에게만 억울하다면 출마설은 놀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수지 여사와 아키노,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가족의 희생이 전제됐고, 국민 다수가 ‘그들은 억울하다’는 심정을 가졌다. 그래서 국민은 그녀들의 정치 행보에 성원을 보냈다. 김 전 시장은 자신이 누구를 위해 싸웠는지, 자신이 민주화 투사인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또 자신의 낙마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각이 어떤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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