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염치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 원종하
  • 승인 2016.01.2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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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학교 글로벌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요 꿈 학교 대표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염치(廉恥)를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처럼 변해버렸다. 특히 김해를 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선거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잃은 당사자의 부인이 남편은 억울하다며 직접 김해시장 재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무엇이 부인을 내세울 만큼 그렇게 억울할까?

 6년 가까이 시장직에 있으면서 안하무인(眼下無人)과 막말, 부정부패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실망감을 김해시와 김해시민들에게 안긴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인을 김해시장 후보로 내보내려 하다니 참 어안이 벙벙해진다. 떠날 때는 마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떠난 사람처럼 퇴임식까지 거창하게 하고 눈물까지 흘렸다 하니 그것은 악어의 눈물이였을까? 염치가 없어서 너무나 없다는 생각이다.

 맹자는 4단 중 하나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을 통해 사람이 가져야 하는 마음 중 부끄러움을 강조했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는 분명 아니다. 4ㆍ13김해시장 재보선에 출마하겠다고 예비후보 등록을 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을 잊어버리는 망각의 동물이다. 다 기억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깊은 상처를 준 경우에는 다르다. 오래도록 기억을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황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기억에 대한 경험이다. 정치인들은 잘못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이 없이, 개인의 목적을 위해 너무 쉽게 스스로 속이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태는 너무나도 시민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거나 아니면 “시간이 약이다”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선거판에서 있는 그대로 나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은 일순간에 패자가 되는 길이다. 여러 가지 효과나 꼼수가 만연한다. 그러기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보이는 대로 보면 그냥 순식간에 속기 쉽다.

 이제부터는 시민의 관찰이 필요하다. 4ㆍ13 선거는 단순히 국회의원 2석과 김해시장을 선출하는 날을 넘어 김해의 새로운 미래와 대통합으로 나아가는 전환의 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김해가 현재 처한 상황을 볼 때 김해호(金海號)의 선장은 단지 스펙이 화려하다고, 그 일을 오래 해왔다고, 신망이 높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이제는 그 무엇하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통섭의 리더십을 가진 교집합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아울러 진정성과 용기, 열정과 올곧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WHY, HOW, WHAT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추진하려고 하는지? 미래에 달라질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명쾌한 논리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저 사람을 따라가면 내가 살 수 있겠구나”하는 확신이 들어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출마야 개개인의 자유의사이지만 시민들을 의식한다면 최소한 이러한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시민과의 공감 스펙트럼이 넓어야한다. 행복한 순간은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때,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이다. 높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낮은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고, 정치적 영역에서만 생활해온 사람은 자기정치 능력은 뛰어날 수 있지만 53만 시민의 다양한 미래를 맡기에는 부적합하다. 미국학자 랄프 하멜은 “관료는 민원인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사례로 다룬다”고 설파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살아온 길에 대한 반성과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 더욱이 지역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한 경우에는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시장과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권력의 또 다른 이름이 돼서는 안 된다. 또한 누군가에게 한몫 챙겨 주기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안 된다. 한 사람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회는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김해의 미래를 위해 새로 판을 짜야 할 때이다. 염치를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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