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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통해 바라본 세상
안경 통해 바라본 세상
  • 정창훈 기자
  • 승인 2016.01.27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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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편집위원
 안경은 얼굴이고 또 하나의 창이다.

 10년 전 1월 부산울트라마라톤에 참가했었다. 저녁 7시 부산 을숙도를 출발해 창원 안민터널까지 왕복 100km를 15시간 안에 돌아오는 경기였다. 반환점인 창원 안민터널 공터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경이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안경에 서리가 껴 그것을 닦으려고 안경을 천으로 잡는 순간 안경알이 깨져버렸다.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고 거리를 가늠할 수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내가 도수가 있는 선글라스를 갖고 있어 칠흑 같은 밤에 선글라스를 쓰고 밤새 달린 적이 있다.

 요즘에는 시력이 악화되고 눈이 잘 안 보이게 되면 검안사나 안과의사를 방문해 안경을 맞추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시력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시력을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13세기부터였다.

 13세기에 유럽에서 발명돼 인쇄술 발달과 더불어 급속히 보급된 안경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6세기로 추정된다. 그 시대 인물인 학봉 김성일의 후손 집에서 학봉의 것으로 전해진 안경이 발견됐는데, 이것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이다.

 우리나라에서 안경은 18세기 이전까지는 널리 보급되지 못했는데 이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나 연장자 앞에서 안경을 써서는 안 된다는 예법 때문이었다. 헌종의 외숙이 눈병 때문에 안경을 쓰고 입궐했는데 왕이 크게 노했다는 얘기도 있다.

 지금은 어른이나 학생들 중에 안경 쓴 이가 꽤 많다. 안경 쓴 미취학 아동도 드물지 않다. 한동안 급성장하던 안경산업은 콘택트렌즈나 라식수술에 밀려 주춤하다 최근 젊은이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활로를 찾았다고 한다.

 안경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한국의 정치가ㆍ독립운동가로 1944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 됐던 백범 김구와 위대한 정치가이자 사상가로 현대 인도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인 마하트마 간디다.

 마하트마 간디를 생각하면 금방 그가 썼던 동그란 안경이 떠오른다. 간디의 물레와 안경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 맑고 순수한 얼굴에 잘 어울리는 동그랗고 소박한 철제 안경은 간디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안경은 시각을 보완하는 의학적 용도 못지않게 한 사람의 인상을 결정지어 주는 작용도 한다.

 간디의 안경이 몇 해 전 뉴욕에서 경매에 나왔다는 기사를 읽었다. 경매에 나온 간디의 유품은 평소 착용하던 안경을 비롯해 회중시계, 샌들, 밥그릇과 친필이 적혀 있는 접시 등 5점이었다. 그러나 경매는 몇 시간을 앞두고 경매 관계자들과 인도 정부의 관리가 대화를 나눈 뒤 전격 취소됐다. 인도 정부가 경매를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문화부 장관은 “간디 유품 입수를 위해 인도 정부는 어떤 대가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디의 유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인도 민족의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안경 하나가 이렇게 한 민족의 자존심의 상징일 정도로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김구 선생이 생전에 쓰던 안경 역시 지나칠 정도로 동그란 프레임의 안경으로 익숙하고 편안하면서도 옛스러운 매력을 지녔다. 단정한 정장에서부터 독특한 의상에까지 다방면으로 어울리는 원형이다.

 안경은 일반적으로 지혜, 혜안, 파트너, 비즈니스 등을 암시하는 사물로 안경을 구입하는 꿈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게 되거나,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서 인정받게 됨을 암시해준다고 한다. 안경을 쓰면 좋은 점은 첫째, 우선 시력이 나쁜 사람들에게는 한줄기 희망이 될 수 있다. 둘째, 필요에 따라 탈착이 용이하다. 셋째, 선글라스처럼 자외선차단이나 칼라착색을 적용할 수 있는 부가옵션이 가능하다. 넷째, 각막에 붙지 않음으로 각막 손상이 없다. 다섯째, 멋을 위한 연출의 수단과 패션의 용도가 되기도 한다.

 명언과 명사들의 스토리에 실려 있는 “미움의 안경과 사랑의 안경”에서는 안경이 주는 이미지에 대해 미움의 안경을 쓰고 보면 똑똑한 사람은 잘난척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착한 사람은 어수룩한 사람으로 보이고, 얌전한 사람은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활력 있는 사람은 까부는 사람으로 보이고, 잘 웃는 사람은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예의바른 사람은 얄미운 사람으로 보이고, 듬직한 사람은 미련하게 보이나 사랑의 안경을 쓰고 보면 잘난체하는 사람도 참 똑똑해 보이고, 어수룩한 사람도 침착해 보이고, 소극적인 사람도 참 얌전해 보이고, 까부는 사람도 참 활기 있어 보이고, 실없는 사람도 참 밝아 보이고, 얄미운 사람도 참 싹싹해 보이고, 미련한 사람도 참 든든하게 보인다고 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눈이 나쁜데도 안경없이 살다가 안경을 처음 끼면 세상은 환하게 보일 것이다. 부족한 것을 안경이 채워 줄 것이다.

 일상에서 바라보는 마음의 창에 안경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여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안경은 단순한 패션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똑똑하거나 얼굴이 예쁜 사람을 만나든, 아름다운 꽃을 보든 멋진 영화를 보든 모든 것이 결국 제 눈에 안경은 마음이다. 아름다운 마음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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