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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정치와 망징(亡徵)
김해정치와 망징(亡徵)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1.21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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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4월 선거 전국 최대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김해시의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 유력 시장후보로 거론됐던 임용택 전 김해시의회의장과 허성곤 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이 그동안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버리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새누리당 시의원 재선거 후보 한 명도 두 사람과 동행했다.

 그래도 김해는 여당이 텃밭으로 자랑하는 경남이라 당선을 위해서는 새누리당 당적이 유리한데도 이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갈아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들의 당적 변경 사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다가 최근 김해지역 새누리당에 감지되는 변화에 대해 고찰했다. 나라가 망하는 47가지 사례를 열거한 한비자의 망징(亡徵)편이 문득 떠오른다.

 한비자는 망징편에서 ‘나무가 부러지는 것은 반드시 좀벌레를 통해서고, 담장이 무너지는 것은 반드시 틈을 통해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멸망을 초래하는 마흔일곱 가지의 징조를 열거했는데, 이 가운데 ‘나라는 작은데 신하의 영지는 크고, 임금의 권세는 가벼운데 신하의 세도가 심하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대목은 근자에 김해지역 새누리당이 처한 모양과 닮았다.

 새누리당 김해을은 재작년 지방선거에서 ‘공천= 당선’이라는 등식에 우쭐해 해당 선거구에 한번 와보지도 않은 인물들을 도의원에 공천해 당선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또 시장 경선에 떨어진 일부 후보들은 경선 방식에 불만을 품고 소속당 공천자를 낙선시키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바람에 시장 자리를 두 번 연속 야당에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김해지역, 특히 을 지역 새누리당은 지난 지방선거 시ㆍ도의원 공천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당협위원장보다 당협 소속 보좌진들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나라는 작은데 신하의 영지는 큰 것에 비유되고, 임금의 권세는 가벼운데 신하의 세도는 심한 나라에 비유할 만하다. 새누리당 김해을 지역구는 곧 망하는 나라의 징조를 닮아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최근 10여 년간 김해지역 새누리당은 시장ㆍ시의원ㆍ도의원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아 당내 갈등 봉합이 요원하다는 당원들의 우려도 쉴새 없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한비자의 망징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한 사람만을 요직에 앉히면 나라가 망한다’는 구절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시장선거에서 새누리당의 경선 1차 컷오프를 통과했던 임용택 전 의장과 허성곤 전 청장이 더불어민주당 행을 결정하면서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웠으리라 여겨진다. 이들은 혹여 망징에 나오는 ‘법의 곧음이 마치 화살과 같은데도 군주가 꾀를 부려 법을 왜곡하면 사사로운 일로 공사를 그르치게 하고, 법령을 조석으로 변경하면서 수시로 명령을 내려 백성이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라는 구절을 읽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새누리당 유력주자들의 더불어민주당 행이 무너지는 둑의 큰 틈이 될 것인지, 곧 봉해질 미세한 금에 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김해지역 새누리당이 시민과 당원들에게 안겨준 실망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왜 김해시민들은 두 번이나 시장 자리를 야당에 허락했는지 고민하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도 망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 차례 믿음에 보답하지 못하고 김해시정을 파행으로 몰고 간 책임을 시민들은 묻고 있다. 망한 땅에 새 나라를 세우는 심정의 대오각성(大悟覺醒)과 떠난 연인을 다시 불러오는 애절함이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새누리당에 전한다. 한비는 망징에 반드시 망한다는 선언적 의미 보다는 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담았을 것이다. 즉 벌레 먹은 나무와 틈이 생긴 벽일지라도 강한 바람과 큰비를 이겨내도록 조속한 조처를 하면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나무의 벌레를 잡고 벽에 생긴 균열을 막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새누리당과 김해시, 경남과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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