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속에 있는 모든 좋은 것” 부르는
“인간 속에 있는 모든 좋은 것” 부르는
  • 김금옥
  • 승인 2016.01.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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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옥 김해삼계중학교 교장
 학기말 고사가 끝나고 합창제가 기획됐다. 성적의 억압에 눌려 힘든 시간을 보낸 학생들의 긴장도 풀어주고 단체 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새로운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합창제를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하자 저마다 의견들이 넘쳐났다. 학년별 수준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변성기의 남학생들과 여학생과는 견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음악실 근처를 지나노라면 변성기를 지나는 남학생들의 노랫소리는 종종 리듬에 맞춰 가사를 읽는 수준이어서 음악 선생님이 고생이 많겠구나 여겨질 정도였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 학년별 대회로, 그리고 남학생 반과 여학생 반을 각각 구분해 시상하기로 했다. 합창제가 준비되는 동안 학교는 생동감이 넘쳤다.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여학생들은 커튼을 치고 연습하기도 했고, 구경만 하던 남학생들도 머리를 맞대더니 서로 삐죽삐죽 어색해하면서도 율동까지 시도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1학년을 시작으로 합창제의 막이 올랐다. 여학생들은 예상대로 서로 눈빛을 맞춰가며 고운 목소리로 대회를 이끌었다. 담임선생님이 깜짝 출연을 해 아이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노래하는 반, 가슴에 꽃을 꽂은 반, 카드를 들어 올려 메시지를 전하며 노래하는 반 등 다채로웠다. 부엌용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노래를 불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남학생반은 대부분 중세의 남자들처럼 노래를 불렀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기본 4성부로 구성된 합창이 유행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야 가능해졌고 중세에는 음역의 폭이 좁고 제한된 남성 제창의 형태가 대부분 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가수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립싱크를 기획해서 웃음을 자아낸 반도 있었다. 아이돌 그룹처럼 손발이 척척 맞아 멋지게 춤을 추는 반이 있는가 하면 어정쩡한 폼으로 무대가 좁도록 춤을 추는데 그 모습들이 하도 진지해 폭소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내는 반도 있었다. 무대 위에서도 무대 아래에서도 아이들은 신이 났고, 축제처럼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합창제는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시상 기준을 정했다. 그래서 합창을 잘하는 반에 상을 주는 것은 당연했지만, 실력은 좀 부족해도 관객을 즐겁게 만드는 반에게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질서를 잘 지키고 관전하는 태도가 좋은 반에도 상이 돌아갔다. 절반 이상의 학급이 상을 받았다.

 합창제는 단순히 학기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연례행사가 아니다. 합창제는 다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학교문화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합창제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방안만 있다면 합창이 집단 따돌림을 포함해 현재 학교가 안고 있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노래를 위해 목소리가 다른 친구들과 서로 화성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돼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맡겨진 파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감당하면서 소속감과 자신감이 생기고, 아름다운 화성을 이뤄내는 본질적인 음악활동을 통해 정서가 풍부해 질 것은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꽃들이 시들고 푸른 잎들조차 생기를 잃은 12월의 마지막 즈음에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어느 꽃들보다 아름답게 피어났다.

 플라톤은 말했다. ‘합창은 인간 속에 있는 모든 좋은 것과 고상한 것을 강화시켜 주는 성스러운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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