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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 간의 ‘지옥 묵시록’
부모 자식 간의 ‘지옥 묵시록’
  • 김혜란
  • 승인 2016.01.20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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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살인한파 속에 온 천지에서 죽음의 망령이 흐느끼고 있다.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의도를 갖고 혈육을 냉장고에 몇 년씩 보관하고 애인을 죽이고 채권자를 난도질하고 아내음식에 독극물을 넣는다.

 아이들의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가 뭉크의 그림 속 ‘절규’로 가장 크게 다가온다. 11살 난 딸을 학대하고 방임한 인천 여자아이의 친아버지는 친권을 박탈당하게 됐다. 아이는 게임에 빠진 친아버지와 동거녀에게 3년 4개월 동안 감금당한 채 학대에 시달렸다. 결국 배가 고파서 한겨울에 여름 바지를 입고 2층 창문을 통해 탈출한 뒤 동네 슈퍼에서 빵과 과자를 훔쳐 먹다 발각됐다. 당시 몸무게는 16㎏에 불과했다. CCTV를 통해 본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과자봉지조차 들 힘이 없었다.

 초등학생 아들 최모(2012년 당시 7세) 군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4년간 냉동고에 보관한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 부모에게 친권 정지 명령을 내렸다.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부모는 그 입을 평생 다물게 해야 한다.

 5살 난 딸에게 뜨거운 물을 붓는 등 상습 폭행한 어머니(28)도 친권을 박탈당했다.

 부모 노릇 못하는 이들의 친권을 빼앗는 일은 2014년 9월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이 법은 의붓딸을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칠곡 계모 사건’(2013년)과 ‘울산 계모 사건’(2013년) 이후 만들어졌다. 이 법에 따라 검찰은 자녀를 상습 폭행하거나 학대해 중상해 또는 사망케 하면 의무적으로 법원에 친권 상실을 청구해야 한다. 친권을 박탈하지 않는다면 피해당한 아이는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끔찍하다.

 아동학대를 하는 사람은 부모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동학대로 신고된 건수 중 아동학대로 판결 난 경우도 절반이 안 되는데, 그중 재판에 넘겨진 경우 역시 3분의 1 정도다. 결국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 대부분은 ‘공포’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 아무런 사후장치도 없이 피해당한 아이를 원래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위험한 일이다. 부모 자격이 없는 어른에게 다시 그들의 아이로 돌아가게 하는 일은 더 무서운 학대이다. 왜 자신의 몸을 통해서 난 자식을 학대하고 죽이고 시신을 훼손하는 것일까.

 동물들은 흔히 스트레스를 받아 새끼를 죽이곤 한다. 출산 스트레스로 암컷들이 새끼들을 죽이는 경우가 많다. 수사자의 경우는 새로 된 리더가 다른 새끼들을 죽일 경우는 있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동물의 습성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폭력을 자주 당한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도 폭력으로 훈육하거나 스트레스를 학대로 나타내기도 한다. 다른 가족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힘없는 아이에게 풀기도 한다. 경제력이 없어지면 무거운 책임감은 역작용해서 아예 방임 내지 학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복잡한 동물이 인간이다.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아이를 갖게 되면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몰라서 폭력으로 가르치려 할 수도 있다. 결론은 자식을 자기소유, 즉 자기가 마음대로 학대하고 방임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가치관이 문제다. 자기소유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폭력성의 소유자라고 해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뒤가 무서울 테니까.

 태어나서부터 이십 년 넘게, 아니 평생을 배우면서 사는데도 왜 자식을 학대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문제 해결을 폭력으로 하려는지 궁금하다. 설사 폭력이 인간에게 내재돼 있는 본성이라 해도 그토록 긴 시간 받은 교육은 왜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문명도 발전하고 훨씬 나은 세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짐승보다 못한 짓을 서슴지 않고 하는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서울대 못 들어가고, 노벨상 못 받고, 수출이 떨어지는 데만 의거해서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교육을 개혁할 일이 아니다.

 앞으로 이런 소름 끼치는 부모들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 늘어날 것이다. 단언컨대, 인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 교육의 시작부터 바꿔야 한다. 겉모습은 전인교육인데, 속내는 아닌 것을 다 안다. 부모교육 역시 다시 해야 한다. ‘부모코칭’이라는 미명하에 대학 넣기 위한 교육만 좇지 말자. 부모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인성을 점검하고 부모 자격부터 다시 갖추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는 부모와 자식 간에 ‘지옥의 묵시록’을 쓸 것이다.

 우리 교육의 책임부서, 인적자원부 이름부터 고쳐야 한다. 인간을 자원으로 보는 가치관이다. 인간은 자원이 아니라 자원을 쓰는 주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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