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0:57 (수)
누가 걸림돌인지…
누가 걸림돌인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6.01.17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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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도민들은 전교조 출신 박종훈 교육감에게 교육계의 개혁을 기대했지만 경남의 지난 1년은 단체장 소환정국이란 매듭에 묶인 혼란의 일상이었다.

 그 원인은 경남도가 지원한 무상급식 지원예산에 대한 감사를 교육청이 거부하면서 지원예산이 끊겨 발생한 무상급식 중단에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진입 자체를 방해하는 등 강한 반발에도 감사를 강행, 전 국민이 공분(公憤)할 정도의 급식비리를 적발했다. 치부를 도려내 적폐를 척결하기 위한 조치로 서울시교육청이 급식비리 감사를 강행할 무렵, 경남교육청은 경남도의 감사를 거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문제를 촉발시킨 교육감은 측근 챙기기, 누리과정 예산문제 등 교육계 원로들이 나서 중도노선을 요구할 정도로 소모적 이념논쟁을 벌였다. 그 사이 경남의 학업성취도와 경남교육청의 청렴도는 전국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시기 경남도의 청렴도는 수직상승해 전국 2위를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경남도는 2014년 10월, 안전식단 공급, 급식비리 근절, 혈세낭비를 막기 위해 지난 4년간 지원한 1천30억 원의 용처를 조사하려 했지만 교육청에 의해 거부당했다. 경남교육청은 자체감사를 실시했다지만 자체감사에서 밝혀내지 못한 비리가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와 경찰의 급식비리 수사에서 그 전모가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하지만 감사거부→감사수용→지원금 거부 등 전술과도 같은 교육청의 해명은 기이(奇異)할 정도였다. 경남도의회가 지적한 감사에 대해서도 “도의회 조사특위가 비리액수를 왜곡시켜 황당한 수준의 의혹을 발표했다”, “지역여건 등의 이유로 일부 금액을 초과해 수의계약 하는 등 문제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학교급식비리는 업체의 문제일 뿐 학교와는 무관하다”는 등 도민들은 교육감이 개혁의 주체가 돼 줄 것을 원했지만 기대난이란 지적이다.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구린내 풀풀 풍기는 비리의혹 그 자체인 사실에서다. 중간 수사결과 발표라지만 도의회가 수사 의뢰한 건수의 20% 정도인 것에도 12명이 입건되는 등 급식비리 전모는 향후 큰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위장업체를 통한 762억 원 입찰방해, 식자재 납품 수의계약 독점으로 10억 원 상당 편취, 학교 행정실장의 760만 원 횡령, 2천700매의 ‘인증품 표시사항’ 허위 표시 등 학교 관계자의 묵인, 방조와 급식업체와의 관련성 등을 의심할 수 있는 사항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이상 더 큰 문제가 먼지를 묻고 싶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박종훈 교육감은 도민들이 지켜보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다. 대 경남도민 사과는커녕, 오히려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에서 사기가 많이 떨어진 급식 관계자들에 대해 별도의 사기진작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비리자체를 간과하듯 상식 밖의 언행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어렵게 성사된 ‘학교급식 실무협의회’가 4차례나 열렸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오는 29일 갖기로 한 협의회를 지켜봐야겠지만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기대할 게 없다. 최근 들어 논란의 한쪽 고리인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은 서명운동을 주도한 보수진영 주민소환운동본부에서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해 서명운동을 종료한다고 선언, 적발된 허위서명 논란은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51만 4천명, 경남도민의 뜻이 담긴 서명운동을 종료하면서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다”고 박종훈 교육감 소환운동본부 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박종훈 교육감은 “걸림돌이 하나 제거됐다”고 했다. 교육감 주민소환 중단이 교육감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데도, 소중한 도민의 의견을 걸림돌이라고 폄하한 것을 보면서, 평소 도민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 보수 측의 종료선언에 대해 허위서명 등 이러쿵저러쿵하는 뒷말도 많지만 이를 두고 교육감이 ‘걸림돌 하나 제거’에 이어 소환중단이 전술적인 판단여부 등을 운운한 것에서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감은 직접 서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될 경우, 투표에 참여하려고 했던 많은 도민들을 대표한 51만 4천명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보수 측의 종료선언 후, 걸림돌이 제거된 것으로 치부했다. 물론, 허위서명 등에 의한 정략적 차원이래도 지혜롭게 대처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치도(治道)의 흐름을 바로잡아주는 교육자의 사명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사상가이자 역사가인 토마스 카알라인은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다”고 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리더의 역량과 가치관에 따라 걸림돌 또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진보진영에서 홍준표 경남지사를 소환할 경우 직(職)을 잃게 되겠지만 소환하지 못하거나 경남도민들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박종훈 교육감을 향한 부메랑이 될 것이기에 누가 걸림돌인지 구분은 그 결과에 있다. ‘네 탓 내 탓’하면서 진영의 논리만 주장한다면 그 간극은 영원히 좁혀질 수 없다. 경남도민들이 그들을 택한 안목을 탓하도록 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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