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7:11 (토)
축리의 새로운 시작
축리의 새로운 시작
  • 김은아
  • 승인 2016.01.11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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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시어머니의 손을 잡고 사무실을 들어선 어린 새댁의 눈빛이 불안해 보인다. 조심스럽게 상담을 시작하였다. 두툼한 겨울 외투 속에 감춰진 작은 체구 사이로 상기된 표정이 드러난다. 처음 겪어 보는 추위가 매섭기만 하다. 한국에 온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다. 어색한 몸짓과 눈빛의 대화로 인사를 나누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렵고 불안함이 그녀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이주민센터가 방학에 들어가자 방학 특별수업을 진행하는 회관을 찾은 것이다. 수업 날, 혼자서 회관을 찾았다.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한국어로 안부를 묻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한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마음과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녀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한국생활 6년차인 이주여성 미농이다. 친구가 없던 미농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예쁜 동생이 생긴 것이다. 언제나 표정이 어둡던 미농의 얼굴이 모처럼 밝다. 모국어인 베트남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한국말이 아직 많이 서툰 축리에게 수업시간 도우미가 되었다. 미농은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어를 축리에게 찬찬히 베트남어로 다시 설명해준다. 축리에게는 이국땅에서 기댈 수 있는 언니가 생긴 것이고, 미농에게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고향 동생이 생긴 것이다.

 한국생활에 첫 발을 내딛은 축리에게 많은 힘든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본인 스스로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어려운 일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 맺음을 통해 가족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친구도 만날 것이다. 그때까지 얼마나 지혜롭게 견뎌내느냐 중요할 것이다. 미농처럼 우울증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마다 다문화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생활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는 이주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주 여성들은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기도 전에 부부 갈등, 배우자의 가족들과 갈등, 자녀 양육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여성들보다 훨씬 높은 우울증의 발생 빈도를 보이고 있다.

 이주 기간이 길고, 언어가 능숙하며, 직업이 있는 경우에 우울증의 발생빈도가 낮아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를 습득하고 자신들의 장점과 능력을 개발하여 사회에 잘 적응하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움을 주는 것이 이주여성단체나 기관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먼저 한 선배 이주여성들과 서로 소통하고 공감함으로써 한국에 적응하는 것이 좀 더 나을 수 있으며, 행복감과 자신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농이 가끔 보내주는 안부 문자의 오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힘든 가정생활 속에 소소한 행복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다. 눈물의 횟수도 조금씩 줄고 있다. 그렇게 6년차인 미농은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축리도 이국땅에서의 적응을 위한 조금은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많은 눈물을 흘릴 것이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얗게 밤을 새우는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옆에서 언제나 따뜻하게 기댈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새로운 한 해, 새로운 시작을 한 축리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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