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넘치면 건강한 경제 어렵다
투기 넘치면 건강한 경제 어렵다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1.07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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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위원 
새해 들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공급물량을 기록한 아파트 시장은 새해 들어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에 착수했고, 미국발 금리 인상의 파장이 국내 부동산 시장을 급습할 조짐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를 산 입주자 대부분이 은행대출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이 저축만으로 정년퇴직 이전에 아파트를 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김해시 장유지역 80㎡ 규모 아파트 한 채 시세가 대략 2억 5천만 원 선인 것을 고려한다면 직장인이 매월 100만 원씩 저축한다 해도 250개월을 모아야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50만 원씩 저축하면 500개월이 걸린다. 20년~40년을 저축해야 겨우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들의 내 집 마련은 장유에 비하면 더욱 힘들다.

 그래서 우리나라 직장인 대다수는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다. 60%를 대출하면 내 집 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절반 가까이 단축되지만 1억 5천만 원의 빚을 갚는 동안 내야 할 이자는 매월 50여만 원. 직장인들의 허리는 하루도 펼 날이 없다.

 그런데 일부는 재테크를 통해 손쉽게 주택을 장만하는 경우가 있다. 주공아파트나 임대 아파트를 저렴하게 산 뒤 4~5년 뒤에 두 배 이상 오른 값에 팔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신도시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한 뒤 또 4~5년이 지나 큰 평수로 옮겨가는 방법으로 제법 규모 있는 아파트를 손쉽게 보유한다. 이렇게 해서 장만한 아파트가 5억 원을 호가하는 사례도 나온다. 처음 6천여만 원에서 출발한 아파트가 10년 남짓한 세월에 10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대박을 이룬 이들의 일부는 최근 사는 아파트를 팔아 200㎡가량의 주택지를 사들인 뒤 이곳에 350여 ㎡ 규모의 점포주택을 지어 짭짤한 임대 소득을 올리면서 사는 이들도 있다. 이 가운데 위치를 잘 잡은 이들은 땅값과 건축비용으로 6억여 원을 투입한 뒤 2~3년 뒤에 10억 원 전후로 불려서 파는 이들도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주택은 주거 목적보다는 투자와 임대소득을 올리는 수단으로 왜곡 변질돼왔다. 주택시장은 경제적인 여건과 정부의 규제, 금융정책 등에 따라 굴곡을 반복하는 곡선을 그리면서 성장과 퇴보를 반복하고 있다. 투자에 밝고 기본적인 자금을 확보한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돈벌이 수단인 주택이 큰 폭의 가격 인상과 가격하락을 반복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 갈수록 멀게 다가오는 이들도 있다. ‘서민’이란 딱지가 붙여진 직장인들과 소상공인들은 월세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쳐보지만 녹록지 않다.

 가진 자와 없는 자를 놓고 극명하게 갈리는 주택시장에 또 한 번의 소용돌이가 임박했다. 어떤 이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올 올해 일부이기는 하지만 부의 재분배도 기대해볼 만하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백억 원을 벌어들인 인사는 “부자는 부동산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팔고 가난한 자들은 비싼 가격에 매입해서 시세가 바닥을 찍을 때 할 수 없이 판다”며 “돈만 있으면 부동산만큼 돈벌이가 쉬운 것이 없다”는 말을 전한다.

 지난해 집중 분양을 시장한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는 2017년과 2018년쯤에는 한꺼번에 공급물량이 쏟아 지면서 미분양과 빈집이 일정 기간 속출하고 임대를 놓지 못하고 잔금을 못 쳐 입주를 못 하는 이들이 헐값에 매물을 쏟아 내면서 분양가 이하의 집들이 둥둥 떠다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기회를 노려 헐값에 아파트를 사서 월세 수익을 올리다가 3년 정도 지난 뒤 회복세로 돌아온 가격에 되파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주택 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집을 살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는 현상이 일정 정도는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만 열심히 하면서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비굴하지 않고 양심적인 이들이 쉽게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바로 잡혀가기를 기대한다. 지금처럼 투기에 가까운 투자자들로 넘쳐나는 부동산 시장은 건전하고 건강한 경제를 이룰 수 없어 언젠가 일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와 정치권은 귀담아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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