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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선거구 획정인가?
누구를 위한 선거구 획정인가?
  • 최형두
  • 승인 2016.01.05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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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두 전 국회 대변인
 제20대 총선이 4개월도 안 남았는데 아직도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아 국민들은 심각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인구가 많은 선거구’와 ‘인구가 적은 선거구’의 인구 편차는 2대1을 넘겨선 안 된다고 결정한 지 1년이 다 됐지만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에 선거구 재획정이 늦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재획정 결정 이유는 모든 국민은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1인 1표의 원칙 때문이었다. 예컨대 인구가 15만 명인 지역구와 30만 명인 지역구가 똑같이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면 30만 명 지역구의 표는 실제로 0.5표의 가치밖에 지닐 수 없다. 중요한 법안과 예산에서 30만 명 선거구의 유권자 이익은 그만큼 적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국회가 미적거리며 선거구 재획정을 지연시키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들의 의석을 지키려는 기득권 때문이다. 국민들은 국회 무용론까지 주장하며 현재 국회의원수를 절반으로 줄이라 요구까지 하는 마당에 정치권 일각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려고 하는 것도 기본은 그 때문이다.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한다면 모든 유권자의 한 표가 똑같은 가치를 지니도록 선거구간의 인구 편차를 줄이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 물론 농어촌 선거구의 문제가 있지만 이미 충분한 배려 방안이 마련돼 있다. 경기도 유권자의 경우는 그동안 인구증가에도 불구하고 선거구 수는 늘지 않아 1인 1표의 원칙으로 따지자면 손해를 봐왔다. 1인1표 원칙에 따라 인구증가를 반영하면 경기도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훨씬 높아지게 된다.

 이제 현역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도를 짜기 위해 선거구 획정을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선거 6개월 전, 그러니까 지난 11월 중순에 이미 정해졌어야 할 선거구 획정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일 뿐이다. 이는 국민의 헌법 기본권인 선거권을 침해하는 사태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국민으로 해금 자신이 속한 선거구가 어디로 정해질지, 자신이 사는 동네엔 어느 후보가 출마하는지 등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조차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선출직공직자를 선출할 국민의 권리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미 선거일 4개월 전인 지난 15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선거운동도 제한적으로 가능하게 됐지만 선거구 재획정이 연말까지 이뤄지지 않아 모든 일이 무효가 됐다. 의왕 과천 지역은 선거구 재획정 대상은 아니지만 경기도의 다수 지역에서는 혼란이 심각하다. 한 예비후보가 명함을 건네며 지역민들에게 인사하면서 “우리 동네 출마하시는 분이시냐?”는 질문을 받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는 웃지 못할 경우도 전해진다.

 선거구 재획정이 현행 국회의원 기득권 지키기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 한편으로, 국회의 입법기능도 여야 간의 지루하고 소모적인 기 싸움으로 마비되고 있다. 비생산과 분열의 국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의 급락 속에서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입법이 시급하지만 국회는 손을 놓고 있고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자초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논의가 이렇게 공전하고 있는 이유는 국회가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제20대 국회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국회,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시키는 국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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