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09 (금)
정치 무관심 불편의 근원
정치 무관심 불편의 근원
  • 박춘국 기자
  • 승인 2016.01.05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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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춘국 논설 위원
 시내 도로 곳곳에 대형 트럭이 밤샘주차를 하는 통에 운전자들의 불편이 크다. 대형 트럭들이 지정 주차장을 두고도 길가에 주차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 타인의 불편쯤은 아랑곳않는 대형차 운전자들의 양심에 문제가 있다. 재수 없어 적발된다 해도 범칙금이 주차비보다 저렴한 잘못된 법이 다수의 불편과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차로 이상의 도로에서 대형 트럭이 1ㆍ2차선을 점거하고 주행하는 불법이 만연해도 단속하는 경찰은 찾기 어렵다. 설령 적발된다 해도 범칙금은 고작 몇만 원. 최근 LA를 비롯한 미국 대다수 주들이 교통 범칙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고 한다. 신호위반이나 차선 위반 등으로 적발될 경우 우리나라는 5만 원 안팎인 범칙금이 미국에서는 50만 원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불법주차 범칙금이 50만 원이 넘는다면 불법주차와 주행차로 위반 등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생활 속의 불편은 잘못된 법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되자 새로 짓는 아파트의 층간 두께를 늘리는 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시행에 돌입했다. 간통죄가 사라진 뒤 모텔업이 대박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삶 속의 모든 일은 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을 뽑는 일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법이 잘못됐어. 정치인들이 문제야.” 생활 속의 불편과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법과 정치인을 질타하는 이들이 정작 선거에서는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누가 되면 뭐해 그놈이 그놈이야.” 이런 외면이 자신의 의도에 반하는 법으로 돌아와 자신을 옥죌지도 모른다.

 우리가 직접 나서서 법을 바꾸거나 새로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를 대신해 잘못된 법을 바로잡고 필요한 법을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을 뽑는다. 우리를 대신해 이런 일을 해줄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7월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인 입법활동에 소홀한 의원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19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40%도 못 미쳤다. 선거 때 약속한 일들이 절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경남 국회의원의 경우, 약속한 총 492개 공약 중 완료한 공약은 52.85%였다. 또 52.85%는 일부 추진하고 있고, 보류는 39.63%, 폐기는 5.491% 순이었다.

 의원실에서 직접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이행률을 산출했다는 점과 집권여당의 텃밭을 지역구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남의원들의 성적표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해 6월에는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발의에 대한 자료가 공개됐다. 19대 의원 전체 법안발의 건수 평균은 49.8건이었고, 이 가운데 경남의원은 1인당 평균 41.8건에 그쳤다.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인 입법활동에서 경남의원들의 점수는 ‘낙제’였다. 도내 국회의원 간 법안발의 건수의 편차도 상당했다. 강기윤 의원이 131건으로 가장 많았고, 꼴찌인 김태호 의원은 3년 동안 9건에 머물러 1년에 고작 3건의 법안을 발의한 데 그쳤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인 법안발의에 소홀한 점은 실망이다. 특히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유권자를 기만한 것으로 봐야 한다.

 법안발의와 공약이행률 등 경남의원들의 성적표는 이번 총선에서 후보를 가릴 중요한 잣대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산술적으로 분석해도 16명의 경남 국회의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다시 국회로 보내서는 안 된다. 지난 4년간 유권자를 우습게 본 의원들을 100일 뒤 총선에서 낙선시키고 일 잘 할 사람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불편함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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